듣고, 견디고, 연결하라: 책임 위에 세워진 직장의 말하기 철학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말하고, 듣고, 때론 상처받고 후회한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기도 하고, 반대로 잘 정리된 한마디가 관계를 살리기도 한다. 직장에서, 관계에서, 말은 늘 생각보다 더 큰 파장을 남긴다.
‘장학사’라는 직함을 달고 일하며 절감한 것이 있다면, 말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것이다.
내가 장학사가 되고 처음 맡았던 업무 중 하나는 국민신문고 민원 대응이었다. 어느 날 한 학부모가 “학교가 편향된 교육을 하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교사는 정규 교과서 내용을 수업했고, 다만 학부모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다. 나는 교육과정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교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며칠 뒤 내 답변 태도에 대한 민원이 다시 접수됐다.
그때 깨달았다. “설명”은 “설득”이 아니며, 말은 의도를 떠나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가’로 완성된다는 걸. 말의 무게는 말한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경험과 감정이 결정한다는 것.
핵심 팁
말의 내용보다 ‘톤’과 ‘맥락’을 설계하라.
설명은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말이 무거운 이유는, 그것이 책임의 형태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말하기의 핵심은 언제나 ‘듣기’에서 시작한다. 회의 중 누군가가 말할 때, 우리는 습관처럼 듣고도 듣지 않는다. 머릿속에선 ‘이 말은 왜 하지?’, ‘어떻게 반박하지?’ 생각이 먼저 든다. 나도 그랬다.
그러다 한 동료가 내 말을 반복해주며 “그 말의 진짜 의미는 이런 것 아니었을까?”라고 되물었을 때, 나는 내 말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의 말뿐 아니라 내 말조차도 듣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 그게 진짜 경청의 시작이었다.
경청은 기술이 아니다. 그건 관계의 깊이이고, 마음을 열게 하는 문이다.
핵심 팁
표면적 언어보다 감정과 욕구를 듣는 귀를 키워라.
“이 말씀이 이런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은 오해를 줄이는 마법이다.
잘 듣는 사람은 결국 신뢰받는다. 듣는 사람이 관계를 따뜻하게 만든다.
하루 8시간 이상 같이 일하는 동료와는 무의식적으로 말이 느슨해진다. “우리끼린 괜찮잖아”라는 말이 말실수의 출발점이 되곤 한다. 회식 자리에서 가볍게 뱉은 불만이 돌고 돌아 상사의 귀에 들어가고, 정작 본인은 기억도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말 한 줄이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말은 기억된다. 그 기억은 쌓이고,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된다. 나도 모르게 쌓인 말이 결국 나를 만든다.
핵심 팁
편한 관계일수록 더 신중한 언어가 필요하다.
즉각적인 반응 대신 짧은 침묵을 연습하라.
말실수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반복되는 말실수는 신뢰를 무너뜨린다.
말은 곧 브랜드다. 당신이 한 말이 당신의 평판을 만든다.
조직에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보다 ‘잘 듣고, 필요한 일을 협력해서 해내는 사람’이 더 성과도 좋고 평판도 좋다. 장학사의 하루는 온통 말과 소통으로 구성된다. 학교, 민원인, 타 부서, 보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결국 중요한 건, 혼자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게 만드는 힘’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말을 견디는 사람, 말의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은 드물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말의 무게를 지는 태도에서 생긴다.
핵심 팁
일 잘하는 사람보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라.
협조는 명령이 아니라 관계에서 나온다.
말은 도구가 아니라, 연결의 매개다.
많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말을 하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
공동기획 회의에서 우리는 종종 “잘 이야기했으니 됐어”라며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내가 본 가장 많은 갈등은 ‘말한 것’과 ‘기억하는 것’이 다를 때 생긴다. 그래서 나는 회의 후 꼭 회의록을 남기고, 당사자 간 확인 절차를 거친다.
대화는 시작과 끝이 모두 정리될 때 완성된다. 그리고 이 정리는 문서화와 상호 확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말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증거다.
핵심 팁
말로 끝나는 회의는 분쟁의 씨앗이 된다.
회의록은 협업의 가이드라인이다.
정리되지 않은 말은 없는 말과 같다.
업무는 상황에 따라 바뀌고, 기준은 수시로 흔들린다. 특히 교육 분야처럼 정책이 자주 바뀌는 곳에서는 말도 함께 유연해져야 한다. 예전에 맞던 말이 지금은 오히려 오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말에 있어서 ‘단호한 기준’과 ‘유연한 표현’을 동시에 지니려 노력한다. “현재 기준에서는 이렇게 안내드릴 수 있습니다”, “이 사안은 변화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핵심 팁
단호한 태도에 유연한 표현을 더하라.
단정하지 말고, 가능성과 여지를 남겨라.
변화하는 환경에 말도 진화해야 한다.
직장인은 늘 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말은 기술보다 태도의 문제다. “어떻게 말할까”보다 “어떤 마음으로 말할까”가 중요하다. 장학사로 살며 나는 ‘말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말은 책임이고, 말은 사람을 만든다. 내가 무심코 뱉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남는다. 그 말이 쌓여 내 이미지가 되고, 평판이 되고, 결국 내가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말을 잘했다기보다는, 말을 조심하게 되었다. 말이 너무 많았던 날에는 실수가 있었고, 말이 너무 적었던 날에는 놓친 마음이 있었다. 말 앞에서 나는 늘 서툴렀다.
이제는 말의 무게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가벼운 말이 누군가에겐 무거운 짐이 되고, 신중한 말 한 줄이 누군가의 마음을 지탱해줄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 다시 다짐하게 된다. 듣고, 기다리고, 확인하고, 말하자. 말보다 먼저, 마음을 열고 나서야 말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을.
2025. 7. 16.(수)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말의무게 #직장인소통 #말하기기술 #경청의힘 #말실수 #직장인관계 #조직생활노하우 #소통의기술 #업무커뮤니케이션 #직장생활팁 #내말이누군가에게 #말과책임 #말은기억된다 #말은브랜드다 #자기반성 #태도의힘 #조용한리더십 #공감의말 #말한마디의힘 #신중한소통 #업무노하우 #직장내소통 #회의노트 #말의기록 #조직문화 #상사보고 #협업의기술 #업무보고스킬 #사내갈등예방 #일보다말 #장학사일기 #교육행정 #공무원소통 #교육청직원 #교육브랜딩 #공공조직말하기 #민원응대 #교사지원 #행정커뮤니케이션 #장학사생존기 #브런치에세이 #책쓰는직장인 #말하기수업 #성장하는사람 #직장인성찰 #일잘러습관 #서툰말 #듣는힘 #기억되는사람 #소통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