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 생존기⑧)정책의 숨결을 불어넣는 사람, 기획자

교육사업 기획의 정석, 운영의 핵심

프롤로그

기획이란 무엇일까. 종이 위에 쓰인 계획표? 멋진 포스터와 브로셔? 아니면 교육청에 제출할 그럴듯한 보고서? 6년간 교육청에서 수많은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나는 그것이 결코 형식이나 문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획이란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문제는 늘 학교와 교사, 학생들, 그리고 부모의 일상 속에 있다.

교육전문직, 특히 장학사의 핵심 책무는 단연 ‘기획’이다. 흔히들 정책기획이라 하면 큰 담론이나 복잡한 시스템을 떠올리지만, 본질은 현장의 작은 신호 하나를 놓치지 않는 감수성과, 그것을 해석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힘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후배 장학사와 교육사업 기획자, 더 나아가 공공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전 노하우와 통찰을 나누고자 한다.


핵심 노하우

기획의 본질은 문제 해결이다. 현장의 진심을 출발점으로 삼아라!

정책기획은 감수성과 분석력을 함께 요구한다.

서류와 형식보다 맥락과 해석을 중시하라!

나의 기획 경험을 후배의 성장 자원으로 남겨라!


1. 선배의 발자취를 읽고, 나의 길을 설계하라!

기획의 시작은 창조가 아니라 해석이다. 많은 이들이 기획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좋은 기획자는 먼저 '이전의 기획'을 읽는다. 지난 3년간의 정책과 사업, 시도교육청의 보도자료, 사업 결과보고서, 참고자료까지 꼼꼼히 읽는다. 그 안에는 단순히 숫자와 평가가 아니라, 그 시대의 교육적 고민과 실천의 흔적이 담겨 있다.

기획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이다. 기존 정책의 의도를 이어가되, 지금의 변화된 맥락에 맞춰 새롭게 조율해야 한다. 학생의 정서적 불안, 교사의 행정 피로, 학부모의 과도한 기대 등 현재 교육의 이슈가 무엇인지 촘촘히 살피고, 이를 중심으로 문제의 실마리를 잡는다. 교육청의 핵심정책, 지자체의 협력방향, 교육부의 장기계획을 모두 정독하고, 기획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기획이란 결국 질문에서 시작되고, 맥락 위에 뿌리내려야 성장할 수 있다.


핵심 노하우

최소 3년치 정책자료를 분석하며 흐름과 포인트를 파악하라!

정책의 연속성과 평가결과에서 기획의 방향을 도출하라!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 정책을 동시에 분석하고 연계하라!

교육 수요자의 변화(학생, 학부모, 교사)를 예민하게 감지하라!


2. 책상 위에서 나오면, 기획의 답이 보인다.

'탁상공론'이라는 말은 기획자에게 경고처럼 들려야 한다. 아무리 정책철학이 근사하고 프레젠테이션이 완벽해도, 교실의 온도와 어긋난다면 그건 실패다. 좋은 기획은 늘 현장에서 시작된다. 사업의 수요자인 교사와 교감, 교장 등에게 직접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모둠 협의회나 비공식 간담회를 연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실제 고민, 숨겨진 수요를 듣지 않고 만든 사업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긴다.

특히, 시행 중인 유사 사업이 있다면 그 경험자들에게 반드시 묻는다. 어떤 점이 가장 불편했는지, 어떤 점이 도움이 되었는지, 다시 하게 된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를. 그리고 그 말들을 수첩에 조용히 적는다. 그 적힌 말들은 종종 나의 기획안을 구하는 마중물이 되어주었다.


핵심 노하우

기획 초기에는 반드시 수요자(교사, 관리자) 인터뷰를 진행하라!

유사사업 참여자에게 장단점과 개선점을 직접 묻고 기록하라!

비공식 간담회나 전화 등 비형식적 소통을 적극 활용하라!

수첩과 메모로 생생한 목소리를 남기고 사업에 반영하라!


3. 전국은 나의 아이디어 뱅크다.

좋은 기획자는 외로워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교육현장은 광활하고, 전국의 동료 장학사와 담당자들은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시도교육청 홈페이지를 습관적으로 방문하고, 교육부 주요정책 보도자료를 정기적으로 스크랩했다. 타시도의 우수사례집, 연구보고서,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들도 훌륭한 자산이다.

처음에는 타시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일을 보내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대부분 너무나 친절하게 응해주셨다. 기획은 결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특히, 같은 고민을 안고 시행착오를 겪은 타 시도의 동료들로부터 배우는 것만큼 실용적이고 생생한 정보는 없다. 나도 그런 기획자가 되기 위해, 내 사업이 끝날 때마다 정리된 사업개요서와 핵심 자료를 후배에게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핵심 노하우

타시도 사례를 체계적으로 벤치마킹하라! (성과, 한계까지 포함)

교육부, 입법조사처, 연구기관의 문헌을 습관처럼 탐독하라!

타지역 담당자와의 소통을 두려워 말고 연락하라!

나의 자료도 체계화하여 후배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4. 이상보다 현실, 실현 가능성을 따져라!

교육 사업은 꿈과 가능성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제한된 예산과 일정, 인력이라는 현실 위에 서야 한다. 기획자는 기획서의 매력적인 문구보다도, 실제 가능한 범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계획은 항상 여유를 두고 작성해야 하며, 특히 예산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최소 10% 이상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나는 사업을 설계할 때 "실행 가능한가?"를 반복해서 자문했다. 실현 가능성은 실행력의 시작이다.


핵심 노하우

사업일정은 예상보다 10~20% 여유를 두고 계획하라!

예산은 변수에 대비해 비상예산을 확보하라!

복잡한 행정절차와 의회 보고 가능성을 미리 고려하라!

실행력을 떨어뜨리는 허들을 초기에 제거하라!


5.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인력망 구축의 힘!

기획자는 연결자이자 조율자다. 모든 사업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으로 운영된다. 나는 초기 단계에서 실무위원, 현장 자문단, 강사단을 적극적으로 조직했다. 이들은 사업의 조력자이자 비평가이며, 무엇보다 확산의 핵심 인프라다. 특히, 강사단의 역량은 사업의 품질과 직결되므로 철저한 기준과 지속적 관리를 병행했다. 사람을 얻는 기획이 곧 성공하는 기획이다.


핵심 노하우

실무자, 자문단, 강사단을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구성하라!

핵심 강사단의 질을 꾸준히 점검하고 역량을 개발하라!

이해관계자 간의 조율은 기획자의 책임이다.

협업은 관계망이 아닌 '신뢰망' 위에 구축되어야 한다.


6. 사업의 중심은 교실과 학생이다.

사업의 성패는 숫자나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로 판단된다. 나는 기초학력 지원 업무를 맡으며, 학습클리닉과 상담 사업, 연수 프로그램 등으로 교실의 공기를 바꾸는 작은 변화들을 경험했다. 학생이 달라지고, 교사가 변하고, 학부모가 안도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성과를 보았다. 현장이 바뀌지 않는 기획은 아무리 멋져도 실패다.


핵심 노하우

사업 성과의 기준은 ‘학교 변화’로 설정하라!

작더라도 교실과 학생이 바뀌는 기획을 우선하라!

현장의 언어로 기획안을 설계하고 설명하라!

예산이 아닌 ‘영향력’ 중심으로 사업 가치를 판단하라!


7. 성과는 마지막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하라!

성과는 결과표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다. 나는 사업 기획 초기부터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실행 방안을 구체화했다. 기획-실행-평가가 하나의 루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고, 중간 점검과 현장 피드백을 수시로 반영했다. 연수 내용, 참여자 수, 정성적 변화까지 모두 기록하며 변화의 증거를 남기려 노력했다.


핵심 노하우

사업기획 단계에서부터 성과지표를 명확히 설정하라!

정량과 정성을 결합한 복합적 성과모델을 설계하라!

중간 점검과 현장 피드백을 정기화하라!

성과는 결과보다 과정의 지속성과 연계성에 주목하라!


8. 반성과 공유는 기획의 확장이다.

아무리 좋은 기획도 완벽할 수 없다. 나는 사업이 끝날 때마다 평가반성회를 열었고, 참여자의 의견을 성실히 수렴했다. 특히, 설문조사, 인터뷰, 자문단 회의록 등을 자료집으로 정리해 다음 기획에 반영했다. 평가와 반성은 단지 결산의 절차가 아니라, 기획을 확장시키는 리부팅 과정이다.


핵심 노하우

평가반성회를 정례화하고 피드백을 성실히 수렴하라!

만족도 조사 외에 서술형 문항과 인터뷰를 병행하라!

자문단과 강사의 의견도 사업 평가에 반드시 포함하라!

반성 결과는 다음 기획의 자료로 구조화하라!


9. 기록은 기획자의 자산이자 유산이다.

기획의 시작과 끝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사업별 기획노트, 실행 체크리스트, 회의록, 예산집행표, 피드백 요약본 등을 정리하며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이 자료들은 감사 대응뿐만 아니라 후속 사업, 후배 교육자, 정책 설계자에게 유용한 자원이 된다. 기록 없는 기획은 사라지고, 기록된 기획은 이어진다.


핵심 노하우

사업별 아카이브를 체계적으로 구성하라!

회의록, 피드백, 예산 자료를 정리된 폴더로 관리하라!

후배 기획자에게 공유 가능한 문서 형태로 전환하라!

기록은 나를 위한 도구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이다.


맺는 말

6년간 나는 수많은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수없이 반성했다. 시의회의 특정감사를 받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나를 기획자로 성장시켰다. 나는 지금도 묻는다. “이 사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사업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도입되어도 좋겠는가?” 그 질문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계속 기획하고 반성할 것이다.

기획자는 단순히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책에 숨결을 불어넣는 사람이며, 교실과 사람을 연결하는 조율자다. 나의 기획이 누군가의 내일을 바꾸기를 바란다. 그 시작은 오늘 이 글을 읽은 당신의 한 줄 아이디어일지도 모른다.


기획자는 언제나 방향을 제시하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질문의 중심에는 늘 학생과 교사가 있어야 한다.
사업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가는 이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기획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이 잘 되었는지,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기록하고 성찰하며,
다음엔 더 나은 기획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야 할 것.
좋은 기획에는 ‘다음 사람을 위한 문’이 있어야 한다.
내가 떠난 뒤에도 누군가 이 기획서를 읽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남기고, 과정과 맥락을 기록하며, 혼자만 아는 기획이 아니라 모두가 이어갈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한다.

이것이 함께 성장하는 기획자의 길이다.


2025. 7. 28. (월) 별의별 교육연구소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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