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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Sep 09. 2020

가을이 오는 소리

가을바람이 COVID-19를 몰고 가기를...

그 길었던 장마와 함께였던 여름도 이제 가을에게 자리를 내주려나 보다.

역대급 태풍이라는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3개의 태풍도 지나가고, 북한이 제출한 '노을'이라는 11호 태풍이 온다는 예상도 있지만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하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COVID-19가 8월이 되어 더욱 심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어 집에 있는 날이 많아서인지 올여름은 더 길었던 느낌이다. 

채 넉 달도 남지 않은 2020년, 뭐 제대로 한 일도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초조해진다. 빨리 시간이 흘러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가 바뀌고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 큰 담으로 다가오는 나이가 되었다.


어느새 대학 졸업반이 된 막둥이 조카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나고 보면 그 시절이 가장 좋았던 것을 알 리 없는 녀석은 내가 그때 생각했던 것처럼 빨리 졸업하고 싶다고 말한다. 부모님 주신 돈으로 공부할 때가 가장 좋은 시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졸업하면 취업을 하는지 취업은 잘 되는지 물어보니 코로나 시국에도 호황인 업종이 있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호황 업종 중 하나라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해가 바뀌면 녀석은 이제 더 이상 학생이 아니고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사회인이 될 것이다. 사회인으로서 내딛는 첫발이 자기 마음에 드는 바른 발걸음이기를 바란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부모님이 해주시던 학창 시절을 지나 처음 내가 결정했던 것은 회사를 옮기는 일이었다. 때마침 대학원 진학과도 맞물려 있던 시점이라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기면서 한 치의 미련도 없었다. 학위를 받으면 어차피 회사는 그만두고 학교로 갈 것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어디 인생인가? 대학원을 마치고도 꽤 오랜 시간 그 회사에 머물러 있었으니 말이다. 제 와 생각해보면 내가 내렸던 결정에 큰 후회는 없다.


가을이 오려나 보다. 지난날의 추억에 젖게 되는 걸 보...

4계절 중에서 생일이 있는 가을을 가장 좋아한다. 생일 때문이 아니라 적당히 바람도 불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좋아서이다. 가을은 책 읽기에도 영화를 보기에도 여행을 하기에도 적당한 날씨이다. 2년쯤 전부터 계획해온 '그림 전시와 출간'도  COVID-19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데 올 가을에는 할 수 있을지 아직도 확실하지가 않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COVID-19를 거두어 가기를 바랄 수밖에...

그렇게만 된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2020년이 아니라 가장 뜻깊은 2020년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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