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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Apr 24. 2024

조지가 다른 동물 소리를 내는 이유

인생학교에서 그림책 읽기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는 늘 물가에 내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불안하여 매사 부모의 개입이나 도움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아이를 부모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그렇게 하는  안전하게 아이를 지키는 부모의 당연하고 바람직한 태도로 여기기도 하지요.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그런 부모 마음을 이해합니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의 표현이고, 자녀가 온전히 성장하려면 그 정도보호조치는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이의 반응입니다. 순한 아이라면 부모의 뜻을 잘 따릅니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아이라면 부모가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서 답답함을 호소할 것입니다. 부모가 자신을 깎아 세우려는 의도를 보고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당장은 저항할 힘이 없으니 부모의 뜻을 따르지만, 속으로는 거부의 몸짓을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뜻대로 살려 타고난 자주권이 있습니다.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서 그렇지 그런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의 간섭과 개입은 도움은커녕 방해가 됩니다. 자녀를 돕는다는 미명 아래 간섭하는 행위는 아이와의 관계만 나빠지게 하는 원인입니다. 


이때 아이의 대응은 무기력하지만 장난치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나름의 저항 전략이지요. 그 전략으로 자신의 삶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줄스 파이퍼의 그림책 짖어봐, 조지야는 재미있는 발상이 돋보이지만 하하 호호 웃고 말 그림책이 아닙니다. 의식 있는 부모에겐 한아름 생각거리를 안겨줍니다. 아이의 관점에서 아이를 이해하는 법을 일깨워주니까요.    


어느 날 엄마 개가 조지에게 "짖어봐"라고 요구합니다. 그러자 조지는 "야옹"  소리를 냅니다. 엄마는, 강아지는 "멍멍" 짖는다고 교정해 줍니다. 또다시 짖어보라고 하자 조지는 "꽥꽥, 꿀꿀, 음매" 하는 오리, 돼지, 소의 울음소리를 연이어 냅니다. 엄마의 바람과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계속하지요.


걱정이 된 엄마는 조지를 의사 선생님에게 데려갑니다. 의사 선생님이 조지에게 짖어보라고 하자 엄마 앞에서 했던 대로 똑같이 앞의 동물 울음소리를 냅니다.


의사 선생님은 조지의 입속에 손을 넣어 차례대로 고양이, 오리, 돼지, 소를 꺼냅니다. 소를 꺼낼 때는 손을 아주 깊게 깊게 넣어 꺼내야 했지요. 마침내 조지는 자신의 소리를 되찾고, 멍멍 소리를 냅니다. 비로소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그런데 또다시 엄마가 조지에게 짖어보라고 하자,  인파 속 사람들이 인사하는 걸 본 조지. 멍멍 대신 “안녕”이라는 소리를 냅니다.


이 장면에서 아이도 어른들도 폭소를 터트립니다. 유쾌하고 발랄하고 도발적인 결말 덕분입니다. 이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먼저 엄마는 조지가 다른 동물 소리를 내자 당황합니다.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일어나지 말아야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한 노릇입니다. 자기처럼 멍멍 짖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조지의 증상은 당연히 병원에 가서 고쳐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됩니다.


엄마를 더 놀라게 한 사건은 조지의 뱃속에서 나온 동물들입니다.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죠. 연이어 나오는 고양이, 오리, 돼지, 소가 의미하는 것은 뭘까요? 조지가 가진 여러 모습이기도 하고, 다양하게 변수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의 표현으로도 읽힙니다.


그렇다면 왜 조지는 동물 소리를 내는 걸까요? 조지의 장난일까요, 아니면 저항의 표시일까요? 부모의 요구대로, 부모가 정한 질서대로 살지 않겠다는 독립선언 같은 것일까요?


보는 이에 따라 다른 해석과 판단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 해석이 어떻든 간에 조지가 내는  다른 동물 소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엄마의 입장이 아닌 조지의 입장에서 접근할 때 풀릴 일이지만요.


하지만 이 설정은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는 따끔한 회초리로 보입니다. 아이의 의사에 반해 자꾸 짖어보라고 재촉하는 부모라면 더더욱 그럴 겁니다. 아이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해 줄 테니까요.


마음챙김 양육의 핵심은 아이에게서 문제를 찾기보다는 부모의 태도를 바꾸라는 것입니다. 여과되지 않은 채 대물림된 양육방식을 답습하지 않는지, 지나친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바꿔보라는 것이지요. 그럴 때 부모와 자녀 모두가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에  일은,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살피는 것입니다. 판단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죠. 아이의 말과 행동에 담긴 욕구가 뭔지  잠시 멈추어 탐색해보는 것입니다.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도 감정과 욕구가 좌절되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니까요.


부모 자신의 감정, 욕구 못지않게 아이의 바람과 소망에도 관심을 가져보기.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그렇게 할 때 아이들은 외롭지 않을 겁니다.


#그림책이선생이다

#그림책_조지야짖어봐

#인생학교에서그림책읽기

#욕구와감정살피기

#명상인류로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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