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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Nov 18. 2023

밥 하기 싫어? 하지 마

잘 먹고, 잘 살기

참 희한하게도 밥 얘기가 나오면 너도나도 할 말이 많아진다.


나는.......?     


사실 나는 요리를 배우고 싶어 배웠다기보다

고전분투하다 겨우 먹고살게 되었고,

결혼 후 식구들 먹여 살리기 위해 요리했고,

직업상 남을 먹여 살리기 위해 요리했고,

지금은 학생들에게 앞으로 먹고살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요리하고 있다.     

 

내가 요리사여서 그런지 사람들은 날 보면 밥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굳이 따지자면 밥이 아닌 음식, 먹고사는 이야기 말이다.     


요리를 잘하지 못해서 부엌에 안 들어가고,

시간이 없어 부엌에 못 들어가고,

시간이 아까워서 부엌에 안 들어가고,

굶어도 어디 남자가 라며 부엌에 안 들어가고,

여자만 요리하라는 법 있냐를 외치며 부엌에 안 들어가,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 중 하나가 먹는 일 아닌가?

사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먹고는 싶지만 만드는 건 귀찮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 같다.

그냥 앞에 차려진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가면 될 것을 왜 그런 말들로 ‘난, 밥 못 만들어주는데.’라고 하는 건지.

“저도 맛있는 거 사주면 좋아해요.”     


두부에게 물어봤다. “왜 부엌이 있는데 밥을 안 해?”

“밥 해서 먹으면 좋은데, 재료 다듬어야지, 썰어야지, 남은 밥 처리도 문제지, 설거지 쌓이지, 음식물 분리수거 해야지, 주방 더러워져서 청소해야지, 식탁도 닦아야지. 남은 재료 쓰려면 또 요리해야지. 그럼 내일 밥이 걱정되지.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그럼 없애면 되잖아?”

“그래도 손님 오면 해야 하잖아. 그리고 아예 없으면 게을러 보이지.”

“있어도 안 쓰면 더 게을러 보이지 않나?”

“그게 보여?”
 “응, 보여. 식탁을 보면, 그릇 장을 보면, 밖에 진열된 그릇이나 컵, 조리도구 그리고 주방에 앉아 얘기할 때. 주방을 자주 쓰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차이가 나지.”

“그렇구나.”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요리사는 집에서 밥 안 하지?”

“왜요?”

“밖에서 요리하니까 집에 가면 안 한다고 그러던데.”

“뭐 늦게 오는 날은 가게에서 싸 오거나, 먹고 오니까 요리할 일이 없고, 주말에는 저도 일주일 먹을 음식을 냉장고에 비축해두어야 하니 조금은 움직이지는 편이지요.”

“그럼 집에서 밥을 먹어?”

“쉬는 날 빼고 내내 밖에 있는데 또 밖에 나가기 싫어서요.”   

  

난 보기보다 집순이다.

밖에 나가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맛난 음식 해 먹으며 뒹굴뒹굴 음악 듣고 책 보고 TV 보는 게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처음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사 먹으면 어때!

요즘 오가닉, 자연 음식이라며 집밥처럼 정성을 들여 만드는 음식이 집까지 배송이 된다.

단지, 살을 찌우고 건강을 해치는 음식을 조금 멀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글로 적어보기 시작했을 뿐이다.     


요리를 못하면 어때!

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요리는 하다 보면 늘 수밖에 없다.

왜?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욕망 때문에 실력이 늘어난다는 걸 1년 후 각자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단지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뭐가 떨어진다고!

안 떨어진다. 내가 장담할 수 있다.

우리 아들도 아직 병원에 안 가고 멀쩡한 걸 보면 안심해도 된다.

핑계일 뿐이다.     


여자만 밥하냐!

밥 안 하는 놈은 안 주면 된다.

얄미운 놈 왜 밥을 줘.

제 그만 주방을 은퇴하고 싶다면 당당하게 얘기해라.

나도 외식하고 싶다.

너도 들어와 밥 해!라고.   

  

밥 이야기.

우리 모두 건강하게 잘 먹고살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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