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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Nov 18. 2023

겨울이 왔다

겨울 어묵탕

(잘 못 눌러 나갔다 다시 왔습니다.)


으흐흐흐흐흐 아함~

너무 좋다.


얼마 만에 몸이 노곤, 노곤할 정도로 누워있었는지 모르겠다.

온몸도 말랑말랑 쫀득쫀득 인절미 같다.

팔다리를 왔다 갔다 몸을 풀어본다.

양팔과 손가락 그리고 양다리와 발가락을 쭉 펴서 기지개도 켜본다. 아아아~ 좋다.     


슬슬 일어나 볼까!

두부가 며칠 전부터 어묵탕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야 하나? 아니면 이대로 누워있을까?

‘그래, 칼바람 맞으며 주말에도 일하고 있는 두부를 위해 일어나자!’

팔을 뻗어 핸드폰을 톡톡 두드렸다. 3시다. 새벽 3시가 아니라 15시다. 오후라는 이야기.


부스스 일어나 의자에 털썩 앉아 식탁에 놓인 보리차를 마셨다.

팔다리를 늘어트리고 흐느적거리며 돌아다니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아! 맞다.

나 아침에 일어나, 어제 먹고 던져 놓은 설거지하고 프렌치토스트와 양배추샐러드 먹고 다시 잤지.

으흐흐흐흐흐 너무 좋다.

    

어제,

가까운 찜질방이 문을 닫았다는 비보를 들었다.

하지만 온천이 별거야!


목욕 바구니를 들고 도착한 사우나에서 두부와 뜨거운 탕에 앉아 그간 쌓였던 피로를 물에 풀었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한 모금 빨아 꿀꺽 넘기고.

새끼 꼬던 이야기 하며 노란빛을 풀고.

옥빛 구슬을 끼우던 이야기 하며 옥빛을 풀고.

아무리 겨울 상추라도 이 추운 날을 견딜까 걱정하며 초록빛을 풀고.

손님 초대 이야기로 우리 돼지고기를 몇 근이나 먹었는지 세어가며 붉은빛을 풀고.

창고 벽 미장은 한계에 도달했으니, 내년엔 창고를 부숴버리자며 회색빛을 풀고.

이런저런 일 년 동안 일어났던 재미있었던 이야기 하다 보니 알록달록 색색의 마블링 테라피를 받는 기분이었다.     


두부가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빗으며 “언니 오늘 저녁은 사 먹자.”

나는 머리 가르마를 만지며 “그래, 이 시간에 사 먹을 데가 있을까? 두부야, 얼굴이 인절미 같아.” 옆에 있는 두부가 얼굴을 만지며 “나도. 큭큭큭”


작은 읍이라 그런지 식당도 일찍 문을 닫는다. 저녁 8시가 넘었으니 식당은 주방 정리에 들어갔을 것이고, 술집이나 포장인데.

결론은 읍 마트에 들러 냉동 돈가스와 만두를 사기로 했다.     


사 온 돈가스는 에어프라이어에 넣어주고, 집에 있던 하이라이스와 밥을 데우고, 손님 초대하고 남았던 겉절이부터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이 정도면 먹을 만하네.”

“그럼 맥주를 꺼낼까?”

“언니, 나 1988. 1988.”

“알았어.”

노트북을 열어 넷플릭스를 열어 ‘응답하라 1988’을 클릭했다.

딱 내 나이 이야긴데.


그리고 2시간 후, 우리는 이불을 대충 깔고 기절하듯 뻗어서 잤다.   

  

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우리 동네엔 바람이 들어오면 나가지를 못한다.

풍수를 공부하던 친구가 “여긴 바람 나가는 구멍이 없어, 같은 바람이 불어도 여기는 심하겠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정말 우리 집에서 3분을 걸어 도로가로 나가면 마을 안쪽 바람과 다르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직 어린 우리 농작물들이 얼어버릴까 걱정이다.     


일단 멸치 내장을 떼어내고 프라이팬에 구워서 망에 넣고, 다시마도, 대파 그리고 커다란 무 한쪽을 반으로 가르고 냄비에 넣어 육수 끓일 준비를 맞췄다.


그리고 텃밭으로 나가봤다.

우쒸~ 고양이가 상추를 뒤집어 놨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위태위태해 보인다.

청경채와 겨울에 맛 드는 시금치도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니 안심이 된다.

그런데 이 칼바람 어쩔 거야!

올겨울이 기대된다.     



좌, 시금치와 청경채. 우, 상추와 쪽파


따놓았던 가지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뚝. 뚝. 뚝. 잘라 건조기에 넣어 말리기 시작한다. 두어 번 돌리면 끝날 것 같다.     


육수가 다 됐다. 마늘을 넣고, 다진 생강도 눈곱만큼 넣고, 후추 솔솔 그리고 어간장으로 간을 했다.

냄비에 썰어 놓은 어묵을 던져 넣으려다, 한입 크기로 잘라 꼬치에 꽂았다.

큼직큼직 썬 대파도 넣었다.

한 국자 떠, 맛을 보았다. ‘음 내가 끓였는데요 괜찮네. 우하하하.’     


핸드폰에 뜬 시간을 보았다.

두부 올 시간이 다 됐다.


“두부야~ 어여 와~”



역시 겨울 어묵엔 무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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