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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Dec 08. 2023

엄마에게 전하지 못한 '미역국'

못난 글

마른미역을 꺼내 볼에 담고 물을 넣어 불린다.

지역 특성상 전복이나 낙지, 굴을 넣어 미역국을 끓여도 되지만, 고향에서 자주 먹던 대로 한우 국거리를 넣었다.

불은 미역을 조물조물 주물러 씻고 두세 번 헹궈 잘게 잘라 냄비에 담는다.

그리고 소고기와 조선간장 반 숟가락을 넣어 낮은 불에서 오랫동안 볶아낸다.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넣지 않아도, 이렇게 끓이면 뿌연 국물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맑은 국을 원한다면 볶지 않고 물을 부어 끓여낸다.

소고기와 미역이 부드럽게 볶아졌다 싶으면 물을 부어, 센 불에 끓이고 다시 불을 낮게 줄여 끓인다.     


난 지금 보내지 못하는 미역국을 끓이고 있다.    

 

미역국 끓이는 날,

“누구 생일이야?”라고 묻게 되는 날이다.     


생일날 아침이면 입맛 없는 나를 일으켜 미역국 한 사발에 따뜻한 쌀밥 한 그릇을 떠 놓고, “먹고 학교 가라.”라며 으름장을 놓았던 엄마.

생일날 아침 굶으면 일 년을 굶는다고 생각하는 우리 엄마다.

“미역국은 엄마가 먹어야지.”     


생일엔 미역국을 먹는다는 전설은 누가 만들었을까?     

풍습으로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다는 건 알려졌고, 기록엔 산모들에게 좋다고 적혀있다.


‘산모’라 하면 아이를 갖 낳은 여자를 말한다.

미역엔 무기질인 칼슘이 들어있어 뼈와 이를 튼튼하게 해 주고, 요드와 같은 성분이 풍부해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준다고 한다. 특히 피를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으며 변비 예방에 좋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기가 뭉친 것을 풀어주고 오줌이 잘 나가게 해 준다는 걸 보면 부기 빼는 데에도 좋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예부터 넓적하고 자르지 않고 통으로 잘 말려진, 질 좋은 산모용 미역은 가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산모에겐 좋다는 이야기겠지.     

그렇다면 내 생일날 엄마가 먹어야 하는 음식이 아닌가?     


9달 뱃속에 담고 건강하게 태어나라며 뼈 마디마디, 온몸 구석구석에 담겨있던 영양분을 나에게 주었다. 내가 태어나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며 잠도 못 자고 아침, 점심, 저녁 물릴 정도로 미역국을 먹어대며 온갖 영양분을 모아 젖을 물렸다.      


그리고 거르지 않고 아이들이 태어난 날이면, 미역으로 국과 무침 그리고 전을 부쳐 한 상을 차려 먹어도 모자랄 엄마가 자신이 아닌 아이들이 건강하기를 바라며 미역국을 끓인다.


아이를 낳고 내 몸이 건강해진 걸 경험해서일까?

아니면 뱃속에서 힘들게 빠져나와 처음 맞본 ‘성공’이라는 기억하라는 뜻에서 기특한 아이들에게 끓여주는 것일까?     


혹시나 젖먹이는 동안, 지겹도록 먹었던 미역국이 물려 아이들을 넘겨주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그간의 미안함을 웃음으로 넘겨본다.  

 

전날 밤 동생이 “언니, 내가 미역국 끓여놓을게 내일 먹어.”

“미역국은 내가 끓여야지. 가져다주지는 못해도 부모님 생각하며 끓이는 게 내 일이니까. 대신! 내일 두부가 해주는 파스타 먹어보자.”     


난 미역국 한 사발을 상에 올리고, 내가 좋아하는 두부 전, 콩자반, 멸치볶음으로 아침상을 차렸다. 그리고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미역국 한 수저를 들어 입에 넣는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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