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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an 04. 2024

감기야 '버섯, 토마토소스 파스타' 먹고 얼른 가

못난 글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을 넘어 들어오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듣기 좋은 날입니다.

옆에 잠들어 있는 길동이가 산책하러 가자고 조르면, 작은 생각 하나 없이 나서고 싶어질 만큼 부드러운 날씨입니다.

마당으로 나가, 따사롭게 다가오는 해님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마주하고 섰습니다.


담벼락과 잔디 사이에 심어놓은 마늘이 참 잘 자랐네요. 발걸음을 옮겨 텃밭을 지나 이웃 할머니가 주셔서 심은 코끼리 마늘이 잘 올라오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눈 속에 파묻혀 죽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새싹이 잘 올라오고 있네요. 비탈진 곳에 있는 척박했던 땅을 호미로 파 돌을 고르고 골라 몇 개 심어놓고, 거름 한 되 섞어주지도, 따뜻한 볏짚을 올려주지 못했는데 코끼리 마늘 싹이 올라왔습니다.

이 녀석들도 겨울을 견디며 나고 있는데, 뜨끈한 콧바람이 나오고, 머리가 팽그르르 한 것이 지나가는 감기를 피하지 못했네요. 어차피 마주친 감기니 조용히 잘 보내야 할 텐데, 어떻게 달래 보내주나 생각을 해봤습니다.


식탁에 앉아 뜨거운 탱자와 계피를 끓인 차를 한잔 마시는데,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했나?’라는 생각이 스치네요. 건강은 과신하는 것이 아니라 했는데, 한 해가 지나 새로 생긴 나이가 2살이나 줄어 젊어졌다 착각을 했네요. 그전 나이로 하면 벌써 50대 중반인데 예방접종을 하여야 했나 봅니다.

일단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쉬게 해주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기를 잘 달래 보내야 독감 주사도 맞을 수 있으니 감기약부터 먹어보기로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속을 달래야겠지요.

‘뭘 먹을까?’ 입안도 꺼끌꺼끌하고 혓바닥 안쪽이 따끔한 것이 입맛이 없네요. 제가 입맛이 없다 이야기하는 일은 참 드문데, 감기 녀석과 심하게 부딪친 모양입니다.   

  

냉장고를 열어 한참을 기웃거립니다.

‘새송이’, ‘표고’, ‘팽이버섯’이 있네요.

오호~ 일명 ‘물냉이’라 불리는 ‘크레송’이 있네요. 파스타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안쪽을 더 뒤져 볼까요?    

 

마늘을 5개쯤 칼등으로 내려쳐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둘러 약한 불에서 투명해지고 아린 냄새가 사라질 정도로 볶아냈습니다.

거기에 2개 정도의 양의 채를 썬 양파를 넣어 마늘처럼 투명해지고 단내가 날 때까지 약한 불에서 볶았습니다.

그다음 으깬 토마토 홀과 잘게 썬 생토마토를 넣어줬습니다.

뭉근하게 끓여 3분에 1 정도 줄어들면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불을 꺼주고 바질 잎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토마토소스’를 식혀 채에 걸러준 것으로 ‘버섯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찬장을 열어봅니다.

‘딸리아딸레’를 건조한 면은 다 먹었나 봐요. ‘펜네’도 없고, 오르초가 있는데…. 버섯을 다지기 귀찮아 패스, 그러고 나니 ‘푸실리’만 남았네요. 뒤돌아 파스타 통을 꺼내 보니 ‘스파게티 12번’과 얇은 ‘통밀 스파게티’가 들어있습니다. 눈 딱 감고 다시 뒤돌아 ‘푸실리’를 꺼냈습니다.     


냄비에 물을 끓여야 해요. 커다란 숟가락으로 소금을 떠서 물에 넣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물이 ‘어머 왜 이렇게 짭짤하지!’라고 느껴질 때까지 넣어야 물에 들어간 ‘푸실리’에 간이 들어가 맛 좋은 면으로 다시 물에서 나오게 됩니다.     


‘표고’의 대를 떼어내 채를 썹니다.

‘새송이버섯’을 반으로 갈라 반달 모양으로 썰어줍니다.

‘팽이버섯’의 거칠거칠한 톱밥 같은 것이 달린 부분을 잘라 줍니다. 그리고 다시 반으로 자르고 뭉친 부분을 나눠줍니다.    

 

‘마늘’은 껍질을 까고 씻어 편으로 썰어줍니다.     

‘양파’ 3분에 1개를 길게 썰어놓습니다.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푸실리'를 넣습니다.     


팬을 꺼내 스토브에 올리고 불을 켭니다.

팬이 달구어졌으면 약한 불로 줄이고 '편 마늘'을 넣고 볶다가, '양파'를 넣어 다시 볶아 줍니다.

이제 강한 불로 올려 '표고' 먼저, 그다음 '새송이', 마지막으로 '팽이버섯'을 넣습니다.


입이 까끌까끌하니 ‘페페론치노’ 매운 고추도 넣어 볼까요.

노릇노릇 볶아진 버섯에 '토마토소스'를 국자로 떠 넣어줍니다.

모든 재료가 섞이도록 긴 나무 숟가락으로 섞어줍니다.     


집게로 익고 있는 ‘푸실리’를 하나 건져 만져 보고, 다 익었으면 뜰채에 ‘푸실리’만 건져 소스에 넣어 잘 버무립니다.

사실 ‘푸실리’는 익었을까? 싶을 때 건져, 소스에 넣고 면을 마저 익혀야, 면과 소스 맛이 어우러져 한 몸이 되지요.

제일 중요한 것은 ‘살타레’하는 것입니다. 팬에 있는 모든 재료가 잘 섞이도록 하는 것이지요.

팬에 있는 재료가 밖으로 날아가지 않게 살짝 흔들어 공중에 띄워 뒤집어 주는 겁니다.

띄워 뒤집고 팬을 살살 돌려 자리를 살짝 옮겨주고, 다시 띄워 뒤집고 팬을 살살 돌려 자리를 살짝 옮겨주고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냉장고에 갈아놓은 파르미지아노 치즈가 있네요. 한 줌 넣어서 파스타를 한 번 더 섞어줍니다.


이제 그릇에 버섯 토마토 파스타를 담아, 크레송을 올리고,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눈처럼 뿌려줍니다.    

 

맛있는 한 끼가 만들어졌습니다.

첫맛은 쌉싸름하지만 고소하고 달큼한 맛이 뒤에 오는 ‘크래송’이 입맛을 달래주네요.


몸에 좋은 '버섯'과 '토마토' 그리고 '크레송'까지 먹었으니 감기도 좋아할 겁니다.


이 다음은 잘 싸고, 잘 자고, 잘 쉬어야 할 텐데...

아무래도 30분 뒤 감기약을 먹고, 자는 것이 먼저겠네요.  

   

‘감기야 너무 오래 있지 말고, 잘 쉬다 어서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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