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임 Jan 13. 2024

23년 귀촌인 졸업, 24년 진짜 시골 사람이 됩니다

귀촌 이야기

12월도 며칠 안 남았습니다.


신리라는 마을에 터를 잡고 살면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좋은 일만 있었다고 하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하는 꼴이 되니 솔직히, 요상한 소문도 있었지요.

    

옆집 아저씨와 바람났다는 소문이 흘러 다니고, 뭐 하는 여자인지 집에 남자들도 들락거린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동네 할머니들에게서 전해 들었습니다.

동네 분들이 궁금해서 이런저런 유추 끝에 만들어낸 이야기겠거니 하고 흘려듣고 지냈습니다.

사실 이 소문을 낸 분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나 찾아가서 따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워낙 외롭게 살아가고 동네 분들에게도 인정을 못 받는 분이라 그렇게라도 동네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신 것 같아 참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사달이 났어요. 저희가 이 집에 등기를 마치고 난 직후였습니다.

옆집 할머님, 말하자면 전에 ‘텃세는 외지인이 아닌 외계인이 듣는 거야.’에 등장하신 분입니다.    


 https://brunch.co.kr/@ginayjchang/98


텃밭을 만들고 마당에 잔디를 심겠다고 호미와 괭이를 들고 열심히 땅을 파고 잡초 뿌리로 인해 애를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옆집 할머님이 할아버지 두 분을 모시고 오셨습니다.

“자네도 알고 있지야. 우리 땅이 이 집 마당에 있당거.”

“알고는 있습니다.”

“내가 이 집 마당을 좀 써야겠네. 나도 밭을 만들어야것어”


갑자기 불쑥 내뱉은 말에 황당했어요. 왜냐하면 옆집 마당이 우리 집보다 아주 넓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손질을 안 하고 사시는지 정글 같아요. 정녕 밭을 만들고 싶다면 할머니 마당에 만드는 것이 넓고 좋을 것을 어째서 굳이 우리 마당을 쓰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죠.


“측량하시고 담치고 쓰시면 저희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집 마당 안으로 다니시는 건 안 됩니다.”

“뭣이여. 내 땅이 이 집 마당 안짝으로 1미터는 넘는다는디.”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XX년, 잡년, 집에 남자 들이는 난잡한 년”부터 온갖 소리가 다 들리더군요. 결국 참다못한 두부가 저의 만류를 뿌리치고 뛰쳐나가 할머니랑 싸웠습니다.

“두부야, 그냥 조용히 살아. 막무가내는 이길 수 없어. 살다 보면 동네 사람들도 알게 돼.”하고 동생을 달랬어요.  

  

어느 날 우리 집 마당에서 기척만 나면 뛰어나오던 할머님이 “우리 땅에 쌓아 놓은 나무 치우소.”라며 욕이란 욕을 매일 늘어놓고 가셨죠.

참 암담하더군요. 안쪽 집을 부수고 쌓아 놓은 나뭇더미를 당장 치우라는 겁니다.

“측량 오기 전까지 치울게요.”라는 말을 던지고 나무를 치우려 톱을 사서 열심히 썰어 때웠습니다. 그러다 아궁이가 있는 지인에게 말해 실어 보냈죠.


측량을 하던 날 옆집 할머니 딸도 왔더라고요.

측량기사가 왔다 갔다 하더니 길 쪽으로 제 발 크기 하나만큼이고 안쪽마당은 한 1미터 정도 되더군요.

일은 이때 일어났습니다.

측량기사분이 “아니 저 할머니는 왜 신청한 거야!”라며 투덜대더라고요. 알고 보니 우리 집과 반대쪽에 있는 집 땅에 할머니집 삼분지 일이 들어갔습니다. 이 사실을 그 땅 주인이 알게 되면 뭐라고 할까요?

측량기사와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딸과 할머니 친척분이 모여 조용한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더니 할머니 딸과 친척분이 우리 집으로 오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전처럼 저희 엄마와 잘 지내주시면 안 될까요?”

이건 무슨 황당한 주문이란 말인가?

“미안합니다. 제가 잡년이란 소리부터 몸 팔아먹는 년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잘 지내기란 무리겠네요. 할머니 성격상 우릴 안 찾아오실 분이 아니니 이른 시일 안에 담을 쳐주세요.”     


사실 시골집이라는 게 측량한 땅크기대로 지어진 집이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지은 집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도 새로 집을 지을 것이 아니라면 그러려니 하고 살아갑니다. 우리 집 땅도 반대쪽 옆집으로 밀려있거든요. 새로 집을 산 주인이 찾아와 써도 되냐고 물어봐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시골이나 도시나 부시고 새로 지을 것도 아닌데 어쩌겠어요.


담이요? 결국 그대로입니다.

소문은 우리와 잘 지내는 밤 호박 하우스 이모님과 아저씨가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시고 동네분들에게 말해주신 것 같아요.

“저 처자는 요리를 개발하는 사람이여.”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고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요리 수업해 주는 사람이다.

“내가 신문에서도 봤당게.”라며 열심히 사는 아가씨들 힘들게 하지 말라 하셨다네요.

두부도 많이 미안해했습니다. 사실 집에 오는 남자 대부분이 두부네 회사 직원이거든요. 집 떠나 기숙사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위해 가끔 제가 불러 밥을 해주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잠잠하고 별 잡음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젠 다 지나간 일이죠.

단지 마을 분들과 친분이 더 돈독해질수록 옆집 할머니가 우리 집을 찾아 “내 땅에 심근 마늘 뽑아잉.”이라며 억지 부릴 때 빼고요. 하하하하하   

  

벌써 귀촌 5년 차입니다.

집에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고 텃밭도 있습니다.

오이, 상추, 쑥갓, 배추, 무, 당근, 호박, 오이, 청경채, 치커리, 가지, 고추, 토마토 등 각종 채소에 허브종류도 많이 심어 먹었습니다. 올 가을 엄청나게 많은 쪽파를 심고 한숨을 쉬었는데 벌써 다 먹어버렸습니다.

내년엔 더 부지런히 가꿔야 할 잔디밭과 텃밭이 있지요.   

  

2024년 2월이 되면 귀촌 만 5년이 됩니다. 말인즉 귀촌인이 아닌 ‘신리’ 마을 사람이 되는 것이죠.


이 글을 끝으로 ‘신리마을 이야기’로 찾아올까 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incountry

https://brunch.co.kr/brunchbook/dubuf

https://brunch.co.kr/brunchbook/dubu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