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장어 요리명가’. 목포. 바다 장어(하모)먹는 계절
저도 국이나 찌개 혹은 탕에 들어있는 국물은 잘 안 먹는 편입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채소나 생선, 고기, 버섯을 먹고 나면 들어갈 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요. 되도록 국물은 건더기에 딸려오는, 간간이 한 수저 정도 호로록 입안을 적셔주는 정도록만 먹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국물은 한수저도 떠먹지 않습니다.
직장동료였던 그녀와 사랑이 언니 그리고 나는 가끔 목포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합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나서 밥을 먹는데요. 제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 고른 음식이 순대국밥, 왕갈비탕, 장어탕, 라멘, 샤부샤부 등 국물이 있는 음식이고 가끔 고깃집이나 그녀의 집에서 난 짜장면을 그녀는 짬뽕밥을 배달시키는 정도입니다.
내가 그녀와 같은 일터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얼마 후, “요 주변엔 맛있는 국밥이나 국수 맛있는 집 없나요?”라고 물어봤었더랬죠.
반가운 얼굴로 “국물 음식 좋아해요?”라고 반갑게 되묻더라고요.
그렇다기보다 귀촌하고 해남이나 목포에 일하러 다니면서 맛있는 국밥집이라곤 ‘정다운 순두붓집’밖에 못 찾았고, 그나마 멀어도 다니던 그 유명한 알쓸신잡에 나와 ‘신창 순대’는 점포를 옮기고 프랜차이즈를 내면서 맛이 변해서 안 간다고 했지요.
국숫집도 여기저기 가봤는데, 밀가루 음식에 진심인 제 고향 대전에서처럼 그날그날 뽑아낸 생면으로 만든 국수를 아직 못 먹어 봤다고 투덜댔습니다.
하여튼 오랜 맛집에서 파는 한여름 갯장어(하모) 샤부샤부에도 라면을 넣어줘 깜짝 놀랐다고 점점 커지는 목소리로 말해줬어요.
국수 이야기엔 그녀가 뾰롱한 얼굴로 “국수를 좋아하나 봐요.”라고 말을 흐렸죠.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녀는 국밥 러버에 이어 밥순이입니다.
짜장면보다 짜장밥, 짬뽕보다 짜장밥, 반찬은 소홀해도 국과 쌀밥이 상에 놓여야 그녀의 완전체 밥상이 됩니다.
그 후 그녀와 국밥집 순례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짱뚱어탕이나 추어탕처럼 재료가 갈아들어가는 탕 종류는 먹질 않습니다.
“그런 건 건져 먹을 게 없어서 싫어.”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그래서 며칠 짱뚱어탕이나 추어탕도 좋아하는 저는 왕갈비탕을 먹으며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짱뚱어나 미꾸라지가 갈리지 않고 통으로 국에 들어있으면 먹는답니다.
다시 물어봤습니다.
“국물을 안 먹는 이유가 뭐야?”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냥. 싫어.”
저요? 저는 왜 국물을 안 먹냐고요?
저는 ‘소화제가 뭐야?’라고 할 만큼 소화력 하나는 타고났었습니다.
그러던 2004~5년경부터 소화제가 없으면 밥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더라고요.
그러다 지인이 밥 먹기 전·후 최대 1시간에서 최소 30분 안에는 물 종류를 먹지 말라고요. 그리고 되도록 밥 먹을 때 국물 종류는 삼가라 했습니다.
밥 먹을 때 입가심으로 물도 마시고, 동치미나 나박 물김치, 열무김치 같은 국물김치 좋아하고, 국도 국물까지 뚝딱, 탕에 들은 진한 국물을 한 사발 드링킹하던 제가 밥상에 올라온 물 종류는 먹지 않았습니다.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끼니마다 마치 사막 위에서 모래알과 썩인 음식들이 입안을 굴러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모래알이 점점 사라져 가고 밥상에서 물이나 국을 찾지 않아도 될 때쯤 알았습니다.
유리병에 가득 차 있던 한방 소화제가 줄어들지 않더란 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진하게 우러난 국밥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 주 전 그녀와 사랑이 언니를 만났을 때 순대국밥을 먹었으니, 아마도 오늘은 장어탕을 먹으러 갈 겁니다.
"오늘은 뭐 먹어?"라고 물어봤더니 '장어탕'이랍니다.
뭐 돌고 도는 루틴이라 대충 '장어탕'일 거라 생각했는데, 딱! 맞았네요.
바다 장어(하모)철이잖아요.
먹자골목과는 한 참 떨어진 주택가, 큰길가도 아니고 동네 사람들 외에는 찾지 않을 장소에 장어탕 집이 있습니다.
지금 있는 점포에서 살짝 눈을 돌리면 그전에 영업했던 장어탕집이 보입니다.
‘바다장어 요리명가’
처음 ‘바다장어 요리명가’를 찾던 날 음식을 받아 들고, 그녀가 딱 좋아할 만한 집이라는 알 수 있었지요.
큼지막한 장어 반 마리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림에 흔들거리며 저를 유혹하더이다.
후추 덕후이지만 첫맛은 후추 없이 국물을 한 수저 떠서 호호 불어가며 후루루루루룩 천천히 입안으로 빨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몸통을 하나 꺼내 밥 위에 올리고 반으로 가르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어를 입에 넣고 입을 오므리고 빠른 동작으로 호호호호호호 찬바람을 입안으로 끌어당겨 입안에서 굴려 가며 천천히 씹으며 맛을 느꼈습니다.
“둘이 오자는 이유가 있었네.”라며 젓가락과 숟가락을 멈추지 않고 움직였습니다.
“맛있지? 여긴 단골들이 많이 와. 내가 국밥집은 잘 알잖아.”라고 그녀가 말하니, 사랑이 언니도 한마디 거듭디다. “여기는 오는 사람마다 맛있다고 했어.”
“요거도 먹어봐. 간재미 무침.”이라며 간재미와 무, 당근, 양파, 부추가 들어가 새콤달콤 무쳐진 간재미 무침을 제 앞으로 끌어다 줬습니다.
순식간에 다 먹어 버렸지요. 그리고 재빨리 사장님을 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테이블당 한 접시만 나옵니다.”
그 ‘간재미 무침’ 메뉴에도 없고 한 테이블당 한 접시만 나옵니다. 리필도 안됩니다.
아마 오늘도 ‘간재미 무침’은 판매도 리필도 안 해줄 겁니다.
그래도 저는 ‘바다장어 요리명가’에 장어탕 먹으러 국밥 러버와 함께 갑니다.
간재미 더 달라고 졸라볼까!
13화 꼬순맛 들깨순두부, 재료 소진되기 전에 서두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