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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n 22. 2023

글을 쓰는 이유. 1

산천 요리생.

나는 고지식하고 재미없고 고함만 치는 성질 드러운 사람이다.

이런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우리 아이들과 사는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려 한다.   

  

사실 글이라고는 조리법이나 대학 때 필요한 리포트 빼고는 써본 적 없고, 책이라곤 요리에 관련된 서적만 읽는다. 그런 나에게 지금 하는 일들을 써보라고 지인이 권했을 때 "내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자꾸 그분의 말이 머리에서 뱅뱅 돌기 시작했다. 동생에게 의견을 묻자 "한번 써보는 것도 괜찮을 듯."이라는 말에 이상한 상상을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보내주신 내용만으로는 좋은 활동을 보여주시리라 판단하기 어려워 이번엔 부득이하게 모시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는 피드백이 왔다.     


퇴짜 맞은 글을 다시 읽어보며 "나 같아도 재미없어 안 보겠네…."

중얼거리는 나를 바라보던 동생이 "이쁘게 쓰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다시 써봐."라며, 

강아지를 안아 들고 "그취~ 길동아~"하고 말을 던졌다.     


나에게 10년 같았던 1년을 아이들과 고생하며 오늘까지 이어가고 있는 고생담과 뿌듯함을 이야기하려다 보니 감정이 앞섰다.

이 얘기 저 얘기 마구잡이로  글은 산으로 갔고, 술 취한 사람처럼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쁘게 포장하려 내가 느끼고 있는 교육 현실에 대한 불만도 긍정도 담지 못했다.


그런데다 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만 얘기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아이들 이름도 이니셜로 대충 가리고 학교 이름도 대충 얼버무리게 됐다.

이렇게 차 떼고 포 떼고 대충 쓴 이야기가 무슨 재미가 있겠나.

더군다나 난 참말로 재미없는 사람인데….     


어쩌면 나도 어린 시절을 겪었음에도 "난 아이들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지? 

그래도 도전하다 보면 내 생각도 바뀌겠지.   

 

실명을 쓰자니 부담스러워 이제부터 작명하려 한다.

그런데 뭐라고 하지! 아이들은 영어로 된 이름을 선호하던데….


어찌 되었든 다시 시작!   


나는 대한민국 중앙에 있는 도시가 고향이다.

5년 전 사람 좋고, 산 좋고, 물 좋을 것 같은 산천에 와서 살고 있다. 지역상 중국과 가깝다 보니 미세먼지 주의 문자가 많이 온다. 사실 미세먼지만 없다면 공기도 좋으련만.

  

솔직히 귀촌을 신중히 생각하고 옮긴 건 아니다.

산 좋고 물 좋아 보이는 동생네 몇 번 놀러 왔다 갔다 하던 중이었다.

설 연휴가 끝날 무렵 ‘마침’ 심심했던 동생이 ‘마침’ 쉬고 있는 나를 찾아왔다. 

한 달만 쉬었다 가라며  내 짐을 싸자 했다.

같이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며, 난 사양을 했지만  어느새 그녀의 차 안에서 철 지난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산천에서 지낸, 두 주가 지나고

"언니는 시골이 잘 맞는 거 같다.”라는 말과 함께 산천에 주저앉을 것을 권했다. 그리고 내 손에 도서관 강사신청서를 쥐어주었다.

'마감이 내일인데, 되겠어!'라며  기대 없이 작성한 이력서와 커리큘럼을 제출했다.

'됐네.'  

나는 뜻도 모르던 인문학을 가르치는 강사가 되었다.


3개월인데 뭐~

그러다  또  다른 센터에서도 수업 신청이 들어왔다.

동생이 신의 뜻이라며 살란다.

1년을 기약하며 나의 도시밖 적응기는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짜잔~

나의 강의를 듣던 학생이 유치원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권했다.

그 학생의 유치원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난 산천에 놀러 왔다 돌아가지 않았다.   

  

난 왜 아이들을 만나며 돌아가지 못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아들이 신기해했다. "엄마가 애들을 가르쳐? 애들 안 좋아하잖아."


이상하다. 가르치다 보니,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예쁘고, 지저분한 거 딱 싫어하는데, 안아주고 서로 부대끼는 게 귀찮은데 놀아주고 있다.

어쩌면 내 아들의 어린 시절을 같이 지내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그런 건 아닌가 생각해 보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것 같다.

날 여기 끌어 앉힌 동생이 ‘언니 늙어서 그래~’라며 킥킥 웃는다.

“다 너 때문이야!”

 

난 유치원 꼬맹이도 가르치고 초딩도 가르치며 군에 있는 웬만한 중학교까지 다 다녀본 듯하다.   

  

인문학 강사가 애들하고 뭘 하지?라고 갸우뚱하겠지만 난 음식 인문학을 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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