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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입는 군복, 그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다면

예비역 현역 재임관

by 김재균ㅣ밀리더스

한 번 군복을 벗은 사람도 다시 입고 싶은 순간이 있다. 전역 후 다양한 삶을 살다 보면 문득 군에서의 시간과 의미가 떠오른다. 동료들과 쌓은 유대가, 어떤 이는 조직의 명확한 목표와 질서가 그리워 다시 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 소박한 바람은 현실의 벽 앞에서 너무도 쉽게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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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제도는 예비역의 현역 재임용을 너무 어렵게 만들어놓았다. 군 경력과 사회 경험을 동시에 가진 인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다시 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창구는 제한적이고 까다롭다. 전역한 지 3년 이내, 특정 계급 이상, 동일 병과에 한정. 이 조건에 맞는 인재는 손에 꼽히고, 그나마도 복무 기간은 최소 3년이라는 부담이 따른다. 결국 많은 가능성 있는 인재들이 “다시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안 간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지금이야말로 그런 인재들이 다시 필요할 때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병역자원이 급감하고, 간부 중심의 조직 재편이 불가피한 시점에서, 경험 있고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이 군 밖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현실이다. 특히 정보, 인공지능, 드론, 사이버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현장 경험 + 사회 전문성’을 겸비한 예비역 인재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대체자원이 될 수 있다.


나는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예비역의 재임용 문턱을 낮추자.
전역 후 5년까지 지원 가능하도록 기간을 확대하고, 동일 병과에 국한하지 말고 사회에서의 경력을 기준으로 병과 전환을 유연하게 허용하자. 재임용 복무 기간도 최소 1년부터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삶의 단계를 살아가는 이들이 경력을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잠시 다시, 군에 기여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누가 돌아올 수 있는가’를 묻는 데 그치지 말고, ‘누가 돌아오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전역자 개개인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기록·관리할 수 있는 ‘국방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전역 시 보직, 병과, 복무 경력은 물론 전역 이후의 취득 자격증, 전공, 사회 경력까지 담겨야 한다. 이 시스템이 잘 구축되면, 특정 분야의 공석이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적임자’를 재임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개인 입장에서도 군 복귀라는 선택지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흔히 ‘전역’이라는 말을 끝처럼 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역은 다른 삶의 시작이면서도, 군과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지는 시점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군을 가장 잘 알고, 외부 시야로도 군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복귀는 단순한 숫자의 보충이 아니라, 조직 혁신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경험이 오히려 군의 한계를 깨뜨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우려도 있다. 임금이나 대우 측면에서 현역 간부와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조직 내 불협화음은 없을까. 정책이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오히려 조직은 더 유연하고 견고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능력에 따라 역할을 맡기고, 자율적으로 복무 기간을 설계하게 하며, 조직은 그에 맞는 보상을 한다면 오히려 구성원 간의 신뢰가 더 깊어질 것이다.

군을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 그 길이 좁고 험하다면, 누구도 발걸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이 따뜻하고 명확하다면, 누군가는 다시 그 길을 걷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존중받는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고 품위 있는 군을 가질 수 있다.


군복을 다시 입는다는 것은 단지 옷을 갈아입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와 조직, 그리고 자신의 책임에 대한 두 번째 약속이다.

그런 약속을 기꺼이 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손을 잡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한 번,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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