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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명령복종과 법적 책임: 비상계엄 사태의 교훈

12.3 비상계엄을 사례로

by 김재균ㅣ밀리더스

최근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되었던 707특수임무단 김현태 단장(대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707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휘관이었다. 부대원들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무능한 지휘관의 지시를 따른 죄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군의 상명하복 원칙과 그 한계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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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명령복종 원칙과 법적 한계

군 형법은 상관의 명령을 준수할 것을 강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항명(제44조), 집단항명(제45조), 상관의 저지 불복종(제46조), 명령위반(제47조)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명령이 ‘정당한 명령’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군인복무기본법 제24조와 제36조에서도 “명령은 계통과 법규 등에 따라야 하며, 직무와 관계없는 사항을 명령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과거 12.12 군사반란 사례를 살펴보면, 당시 관련자들은 상관의 명령을 따랐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른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관련자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상명하복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다.


작전명령과 명령의 정당성 검토

군에서는 모든 훈련과 작전 시 작전명령을 하달한다. 작전명령은 상황, 임무, 실시 계획, 전투근무지원, 지휘 및 통신, 협조 및 제한사항 등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명령의 정당성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707특수임무단이 국회 점령과 국회의원 출입통제를 지시받았다면, 작전명령의 협조 및 제한사항에서 민간인과의 충돌 가능성 및 유혈사태 발생 위험을 인지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제대로 된 작전명령이 하달되지 않은 채 병력이 출동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군 지휘관의 책임과 법적 감수성

이번 사태를 통해 군 지휘관이 기계적인 명령복종 이상으로 법적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다시 강조되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태롭게 만드는 명령에 대한 군인의 책임을 인식하고, 부당한 명령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헌법은 모든 법률의 최상위 규범이며, 군 형법이나 군인복무기본법도 헌법을 위배할 수 없다. 따라서 군 교육기관에서 이러한 법적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 군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군 내부에서 헌법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 더불어 명령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모든 군인이 헌법과 군 형법, 군인복무기본법을 숙지하고, 법적 판단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국민을 지키는 군 본연의 사명을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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