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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 Feb 19. 2023

아침 수영의 즐거움

아침 수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이제 시작했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어제 과음한 탓에 오늘 아침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샤워라도 할 생각으로 갔다가 수영하고 나니 말끔해진 기분과 상쾌한 마음을 안고 오늘 하루를 씩씩하게 보내고 있다. 


보통 아침 수영반은 오전 6시 아니면 7시이다. 회사 다닐 때는 6시는 너무 이르고 7시면 늦게 되어 수영은 엄두 내지 못했다. 프리랜서로서의 일상을 시작한 어느 날 밤, 불현듯 아침 수영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7시여도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니 부담감은 없으니. 주섬주섬 수영복을 사서 짐을 싸 놓고 다음 날 아침반에 등록했다. 


아직 겨울이어서인지 사람도 많지 않다. 초급반인 우리 반에는 진짜 초급은 나밖에 없다. 옆 레인에서 다들 수업을 받고 내 레인에는 나만 있다. 그래서 뒤 따라오는 사람에 대한 부담감도 없고 유유자적하며 수영할 수 있어 금상첨화이다. 선생님도 그동안 만난 수영 선생님 중에 최고이다. 귀여운 아기 돼지를 생각나게 하는 우리 선생님은 보라색 수영모와 핑크색 수영복도 훌륭히 소화해 내신다. 수업할 때는 내 모든 노하우를 알려줄께,  나는 이 시간에 당신을 가르치는 데 전념하려고 선생님을 해라는 인상을 주는 분이다. 


 어릴 때 물에 빠진 기억 때문에 수영장 가운데 깊은 곳에 가면 저절로 숨과 발이 멈춰졌고 이것이 나를 수(업)포(기)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 수영장은 최대 깊이가 1미터 30! 가운데서도 머리가 온전히 나와있는 안정감은 주 4회 수업을 매일 참석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무려 온탕이 수영장 끝에 있다. 수영 시작과 끝에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그렇게 여러 박자가 맞아 아침 수영을 무려 그간 두 번만 결석했다. 결석을 한 날은 평영한 다음 날, 심상치 않았던 허리 때문이었다. 갑자기 뻐근하며 앉고 일어설 때마다 통증이 있어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무리하지 않으려 다음 날은 수영을 가지 않았는데 가야 할 날에 수영장을 가지 않으니 뭔가 하루가 풀리지 않는 기분이었다. 역시 금사빠이다. 질리는 것도 빠르지만. 


그래서 요즘은 어쨌든 수영이다. 눈을 뜨면 일단 샤워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수영장에 일단 간다. 그러면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 달라지고 실제로 나의 하루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좋은 수영을 왜 그간 안 했는지 후회가 될 정도이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에게 수영장 아침에 한번 다녀봐, 진짜 좋아를 외치는 수영장 전도사가 되었다. 그나저나 내가 약한 게 시작은 잘하는 데 빨리 질린다는 것이다. 수영도 언제 질려서 안 나갈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너무 좋다. 예전에는 약점을 고치려고 마무리를 잘하는 것에 집중해 보자고 생각했는데 요즘에 와서는 그냥 자꾸자꾸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질리는 것을 억지로 계속하는 것보다 계속 새로운 것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해서. 그랬더니 자꾸자꾸 행복하다! 


나는 무언가 하고 싶을 때 그 분야에 대해 써 놓은 책을 읽는다. 나를 자가발전시키기 위해서이다. 남들이 도전한 이야기, 가벼운 에세이들도 좋은 자극이 된다. 수영 역시 아무튼 수영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도전감이 뿜뿜 솟았고 행동에까지 옮기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그 책에 대한 보답으로 이 글을 읽고 아침 수영에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갖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 소소한 수영 예찬론을 기록해 본다. 


지금 등록하세요! 겨울이라 사람도 적어요~ 

p.s. : 수영장에서 협찬받지 않았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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