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화가들이 사랑한 그랑드 자트섬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섬

by 모니카

유치원 방학 학교 프로그램에 야외 활동이 간혹 있다. 야외로 나가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다가 낚시와 자연의 집(Maison de la Peche et de la nature)에 간다고 되어 있었다. 물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신난다며 야외 프로그램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만 3세, 4세 아이만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모든 아이를 다 데려갈 수 없기 때문에 연령에 제한을 뒀다. 잔뜩 기대했는데 못 간다는 사실에 실망한 듯한 아이와 나는 이곳을 검색해서 주말에 같이 가기로 했다.


낚시와 자연의 집은 우리 집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그랑드 자트섬 끝자락에 있었다. 알고 보니, 그랑드 자트섬은 재미있는 섬이었다. 섬이 반은 뇌이쉬르센에 속했고, 나머지 반은 르발루아에 속했다. 반 반 다른 동네며, 각각 다른 시에서 섬을 관리하고 있다. 낚시와 자연의 집은 르발루아에 속했다. 섬에는 기업 건물도 있고, 식당도 있고, 사람들도 살고 있었다. 조용한 섬이었다. 프랑스는 센 강을 따라 곳곳에 섬이 많은 것 같다. 시테섬, 생루이섬, 자트섬, 퓌토섬... 등등 섬이라고 해도 섬 안에 있을 것은 다 있는 하나의 큰 도시다.


낚시와 자연의 집 안으로 들어가니 물고기가 많았다. 아이와 함께 각종 어류를 실컷 보고 나오니 바로 앞에 큰 공원이 있었다. 공원에서 걷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이 있었다. 이 그림은 시카고 미술관에 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2019년, 시카고에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 시카고 미술관에서 본 유명한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였다. 조금 더 걸으니 클로드 모네 그림이 나왔다. 이 섬은 인상파 화가들이 사랑한 섬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이런 곳이 집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인상파 화가들의 발자취가 가득한 곳을 발견한 순간 나는 엄청난 희열과 전율을 느꼈다.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by 모니카



자트섬 또는 그랑드 자트섬이라고 불리는 이 섬은 센 강이 지나가는 곳에 있다. 오드센(Hauts de Seine) 주에 있으며, 뇌이쉬르센(Neuilly sur Seine)과 르발루아(Levallois) 섬 시가 반반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7킬로미터, 개선문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4,000명 정도가 이 섬에 거주하고 있다. 길이 2킬로미터, 폭 200미터 정도 된다. 이 섬은 점묘법으로 유명한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1884-1886 그림으로 가장 유명하다.


1818년, 오를레앙(Orléans) 공작 루이 필립(Louis-Philippe)은 10명의 자녀들을 포함한 그의 가족이 거주할 뇌이 성(Château de Neuilly)을 인수했다. 그는 땅과 함께 섬이 포함된 공원까지 샀다. 그 공원은 배를 타고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또한 몽소 공원(Parc Monceau)에 있는 신전(Temple de Mars)을 이곳 섬에 북쪽 끝자락에 옮겨 세워 신전을 이름을 사랑의 신전(Temple de l'amour)으로 개조했다. 1930년 섬 남쪽 끝으로 다시 옮겼다. (밸런타인데이 때 이곳에서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좌) 자트섬 끝자락에 있는 사랑의 신전 (중) 다리에서 바라본 자트섬과 세느강 (우) '르발루아, 인상파 길의 도시'라고 도시를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다 by 모니카


1850년에서 1870년 사이,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만 남작은 섬을 개조했고, 예술가들은 이곳에 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세기 말, 이 섬은 특히 인상파 화가들에게 인기 있었다. 조르주 쇠라 외에도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알프레드 시슬리, 샤를 앙그랑, 알베르 글레이즈와 같은 예술가들이 섬의 풍경을 그렸다. 2009년 6월 섬 주변에 인상파 화가들의 산책로(Île des Impressionnistes)가 만들어졌고, 인상파 화가들이 이곳에서 그린 대표적인 그림을 곳곳에 설치해놨다.


(좌, 중) 반 고흐의 그랑드 자트 다리와 세느강, 1887 (우) 자트섬 공원 by 모니카
(좌) 알렉상드르 노잘의 아니에르와 꾸브부아 사이 센 강의 장애물 (중) 자트섬과 센 강. 저 멀리 라데팡스가 보인다 (우) 자트섬에서 바라본 르발루아 다리 by 모니카
(좌) 큐비즘의 선구자인 글레이즈의 그랑드 자트섬. 그 당시 자트섬에서 사람들 모습을 알 수 있다 (우) 쇠라의 자트섬의 회색 날씨 by 모니카


사람들은 산책을 하면서 인상파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있었다. 평일에는 거주지로 조용했고, 주말에는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기거나,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모네, 반 고흐, 쇠라의 눈으로 이 섬을 다시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 비친 자트섬 구석구석, 자트섬에서 바라보는 반대편 도시 꾸브부아(Courbevoie) 풍경, 센 강, 나무, 식물, 새, 교각 등을 천천히 응시했다. 그림을 봤다가 현재 내 눈앞에 펼쳐진 실제 풍경을 봤다가 서로 비교해보기도 했다. 인상파 화가들이 이곳에 와서 화판을 펼치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센 강 안에는 물고기가 산다. 각종 곤충과 식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그랑드 자트섬. 인상파 화가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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