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깨끗한 시립 수영장
우리 동네에 시립 수영장이 있다. 시에서 운영하고 관리하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있고 시설이 괜찮다. 나는 프랑스에 산 지 5년이 넘었지만, 이곳에서 한 번도 실내 수영장에 간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아이가 너무 어릴 적에는 가기 힘들었고, 수영장에 가려고 하니 팬데믹이 불어닥쳐서 문을 닫았다. 드디어 올해 여름에 실내 수영장을 처음으로 가봤다. 어릴 적 초등학생 때 동네 수영장에 방학마다 다녔다. 초등학생 때 이미 접영까지 다 배우고, 심지어 중고등학생 때에도 수영장에 즐겨 다녔다. 그랬던 내가 엄마가 되고 나니 수영을 하는 것이 겁도 조금 나고 잘 안 하게 되었다. 많은 변화다. 임신과 출산 후, 체질이 바뀌었는지 수영장에 갔다 오면 두피와 피부가 안 좋고, 눈도 따가웠다. 피부가 많이 민감해졌는지 수영장 물이 몸에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덥기도 했고, 아이도 만 6세가 되니 물을 좋아하게 되어서 가족이 다 함께 가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5분이면 갔다. 뇌이쉬르센 시청 근처에 있으며, 수영장 바로 옆에는 명문 파스퇴르 고등학교가 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 고등학교 건물이 보이는데, 이 고등학교는 건축물 자체가 너무 멋지다. 이 명문고에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다녔는데, 그중 프랑수아 올랭드 전 대통령이 이 학교 출신이다.
8월 15일 오전, 차를 타고 수영장에 갔다. 뇌이쉬르센 주민에게는 할인가를 적용해준다. 입구에는 주민등록증을 철저하게 확인한다. 주민등록증과 거주지를 증명하는 서류를 동시에 보여줘야 입장 가능하다. 입구에서 철저하게 관리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안심이 된다.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동네 주민에게는 할인 적용해서 어른 2명 및 아이 1명 해서 총 17유로 정도 나왔다. 신발을 벗고 안에 들어가야 했다. 그동안 수영장에 잘 다니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과연 실내 수영장이 청결할까였다. 청결에 있어 한국인보다 민감하지 않을 것 같았다. 코로나 기간에만 봐도 한국인들은 무조건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반면 프랑스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철저하게 지키지 않는 편이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수영장에 들어가지 전에 비누로 온 몸을 깨끗이 샤워를 할까 의문이었는데, 생각보다 청결에 있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비누로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한다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화장은 꼭 지워야 한다고도 되어 있었다. 락커룸도 프랑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매우 최첨단으로 되어 있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곳이 있는데 보이지 않게 매우 깊숙이 번호판이 있었다. 아날로그 프랑스가 디지털 프랑스로 금세 탈바꿈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신랑과 아이가 입은 수영복은 딱 붙는 수영복이 아닌 바지 스타일이었는데 안전 요원이 와서 이 수영복은 안된다고 했다. 청결을 위해서라고 했다. 입구 자판기에 가면 수영복을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서 놀랬고(보통 이렇게 급하게 사야 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브랜드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판기에는 수경, 수모, 튜브, 수영복 등 각종 아이템이 들어 있어서 놀랬다. 이곳이 프랑스가 맞나 다시 한번 의아했다.
수영복을 다시 갈아입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처음으로 물속에서 떠있는 경험을 해서 신기한지 너무 좋아했다. 물론 여행 갈 때 호텔에 있는 수영장에 몇 번 가긴 했지만, 그때는 아이가 만 3세 이하일 때라 기억을 잘 못한다. 2단 미끄럼틀이 설치되어 있는데 워터 파크에 온 것 같았다. 생각보다 길고 물살이 빨랐다. 아이는 타고나서 너무 세서 울고 말았다. 아이는 더 이상 타지 않고 우리 부부만 몇 번을 탔다. 아이들 노는 섹션이 아닌 어른들이 실제 수영할 수 있도록 해놓은 곳에 갔는데 수심이 3.5미터나 됐다. 한국에서 여러 수영장을 다녀봤지만 수심이 이렇게 깊은 수영장은 처음이었다. 밑을 보니 아찔했다. 일반 수영장이라고 하기에는 시설 면에서도 그렇고 수질도 그렇게 모든 것이 우수했다. 마치 선수들이 사용하는 수영장 같았다. 사람도 많지 않은 데다 레일도 여러 군데 있어서 서로 부딪히지 않고 여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었다.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안전 요원이 4명이나 있었다. 규모에 비해서는 넉넉한 숫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3명 정도도 괜찮을 듯한데, 그들은 교대로 늘 4명을 유지했다. 어른들 수영 섹션, 아이들 수영 섹션, 야외 수영장 등 곳곳에 앉아 있었다. 여름이라 한국에서 계곡 및 워터 파크 등에서 물놀이 안전사고 뉴스를 접한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서 학원에서 워터 파크에 갔다가 아이가 물에 빠져 사망했는데 그때 안전 요원도 없었다는 뉴스였다. 사람은 또 매우 많았는데도 안전 요원이 없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 뉴스를 접하고 나서 이곳 뇌이쉬르센 수영장을 보니,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4명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안전에 있어서 민감하고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CCTV도 수영장 내부 외부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호텔에도 찾아보기 힘든 CCTV가 이곳 수영장에는 수없이 많았다. 이곳이 프랑스가 맞나 싶었다.
실내 수영장은 야외 수영장과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햇살 좋은 야외로 나갔다. 이곳이 니스라고 생각하니 정말 니스가 됐다. 주변에 야자수가 정돈되어 있고, 사방에는 오스만 스타일의 건축물이 보였다. 바로 옆 파스퇴르 고등학교 건물도 너무 멋졌다. 수영장이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고, 수영장 두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다. 통유리로 되어 있으니 그 큰 수영장이 너무 밝았다. 한국에서는 내 기억에 수영장 하면 조금 어두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곳은 모든 곳이 밝았다. 야외 수영장 곳곳에서는 누울 수 있는 의자를 가져다 놨는데 많은 이들이 책을 읽거나 하늘을 보며 멍 때리고 있었다. 따뜻한 물이 보글보글 나오는 자쿠지도 잘 되어 있었다.
수영을 끝내고 나오는데 벽 한편에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그가 재정부 장관이자, 오드센 주 대표를 맡고 있을 당시(뇌이쉬르센은 오드센 주에 속한다) 이곳 뇌이쉬르센 수영장이 2004년 9월 19일에 건립되었다고 나와있었다. 오랜만에 수영을 하니 허기가 지고 온 몸이 피곤했다. 아이는 첫 수영장 경험이 너무 재밌는지, 4시간이 되도록 집에 가지 않으려고 해서 겨우 달래서 나왔다. 집에 오니 엄청나게 허기가 몰려왔다. 수영 선수들이 엄청 먹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몸이 고장 났는지 며칠 동안 몸이 뻐근했다.
그다음 주, 수영장에 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해 8월 21일 이곳을 다시 한번 더 찾았다. 이번에는 도시락을 아예 준비해서 갔다. 수영 후 먹는 컵라면이 최고이지만 컵라면이 없는 관계로 주먹밥과 각종 디저트를 준비했다. 두 번의 수영장 경험을 통해 아이는 물과 친해지고 있었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수영을 배우는 것은 필수인 것 같다. 아이의 생존 스킬을 위해 수영을 가르쳐주려고 했지만, 나이 많고 체력 딸리는 아빠 엄마는 에너지 넘치는 아들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렇게 수영을 좋아하고 잘했던 나는 이제는 금방 체력이 바닥나고, 금세 추위를 느껴서 오래 있지 못하고 자쿠지에 들어가 앉아 있었다. 자꾸만 같이 수영하자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신랑은 그래도 아이와 같이 열심히 놀아주는데, 다녀와서 다리가 아프고 오랜만에 수영을 해서인지 귀에 물이 들어가서 하루가 지나도록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는 엄마 아빠를 이해해주길...
뇌이쉬르센 수영장 주소
27-31 Bd d'Inkermann, 92200 Neuilly-sur-Se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