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흑역사 하나쯤은 있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어요?
혹시 나중에 자기 글 보면 부끄러웠던 적은 없나요?
블로그에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종종 들었던 질문이다.
몇몇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하게 '괜찮아요'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불킥 많이 했다. 지금도 초창기 블로그 글은 부끄러워서 다시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마 브런치도 마찬가지겠지. 사람이란 무릇 세월이 지나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생각을 담은 글 또한 시일이 지나 다시 보게 되면 '이런 글 도대체 왜 쓴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혼자서 울컥한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들은 자고 일어나면 후회각 100%. 왜 그리도 혼자서 억울하고 슬픈 일들이 많았을까. 나 빼놓고 세상 사람들을 모두 원망하거나 저주하거나 아니면 지독하게 자기 자신을 끝없이 비하하고 있던 글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소설을 쓰지 않는 이상 나의 경험들은 좋은 글의 소재가 된다.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국 나를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용감하게 뭐라도 쓰겠다는 마음으로 당차게 시작하지만 쓰면 쓸수록 암담해진다. 어디까지 나의 일상을 공개해야 하는 걸까. 좋은 소잿거리가 생겨도 혹시나 그 당사자가 그 얘기를 보게 될까 봐 조금은 망설여지는 건 모든 에세이 작가가 가진 숙명일 거다.
실은 최근에 꽤 스펙터클한 일이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 생각과 동시에 깨달은 건 내가 겪는 모든 일들을 스스로가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맛집을 찾아가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것처럼. 어떤 일들은 드러나지 않고 묵혀둘수록 더 좋은 일이 되는 경우도 있을 텐데 뭐가 그리도 급한 걸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에 충실할 것인지 아님 조금은 감출 것인지는 글 쓰는 나의 몫일테다.
하지만 이런 고민 또한 사치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놀랍게도 타인에게 관심이 없으니까. 혹시나 당사자가 그 글을 보게 될 거라는 아주 희박한 확률 때문에 글을 쓰는 걸 주저하다 보면 써 내려갈 글이 없을지도 모른다. 후에 이불킥을 하게 되더라도 글을 써야 하는 걸까. 오늘도 나는 소재의 딜레마 속에 빠져있다. 공개와 비공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브런치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