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백종원 대표의 철학을 곁들인
엘에이 사람들은 먹는 데에 진심이다.
어느 시간대에 밖을 나서도 테이크아웃 전문점, 카페, 식당, 길거리 푸드트럭을 가리지 않고 "맛있는 곳" 중심으로 사람이 붐빈다.
식당마다 판매하는 요리의 종류도 너무나 다양하다. 미국 내에서도 높은 다양성을 자랑하는 도시답게 이민자들이 재해석한 퓨전 스타일의 요리가 특히 많다. 특히 멕시코 국경과 가까운 만큼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맛을 가미한 멕시칸 음식이 많다. 요즘은 한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 문화권의 요소를 혼합한 요리도 유행하는 추세다.
블록마다, 동네마다 주 거주인구와 분위기가 다른 이 큰 도시에서 사람들이 익숙한 본인의 동네를 벗어나 돌아다니게 하는 데에는 음식이 정말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마찬가지로 다양한 인구가 사는 대도시 뉴욕과 다른 점은, 뉴욕에서는 고급요리 위주의 미식문화가 발달돼 있는 것에 비해 엘에이에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서민 음식"이 가장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AYCE(All You Can Eat; 무한리필) 방식으로 운영하는 식당에서 여럿이 음식을 나눠먹는 사람들이나, 앞서 언급한 푸드트럭 앞에 선 사람들 간에 끈끈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걸 볼 수 있다. 바로 이전 포스트에 적은 것처럼 스몰톡이 자연스러운 문화이다 보니 모르는 사람과 각자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중에도, '뭐 시켰냐' '이건 이 소스랑 먹으면 맛있다' 같은 말을 주고받으며 친해지기 쉬운 것이다.
한마디로 참... 사람 냄새가 난다.
늘 새로운 '핫플'이 떠오르고 지는 이 도시에서 그나마 변치 않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뿐이겠지만, 대략적인 요리 종류나 상황에 맞춰 내 개인적인 최애 동네와 식당을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실버레이크는 비교적 최근에 각종 카페와 소품샵, 브런치 집이 들어서면서 핫해진 동네인데, 특유의 보헤미안 감성과 힙한 분위기가 우리나라로 치면 성수동과 꽤 비슷하다.
그중에서도 최대의 인기를 누리는 곳은 Courage Bagels라는 베이글 전문점이다.
주차장이 따로 없어 스트릿 파킹을 찾아야 하는 데다 주말에는 줄이 엄청나게 긴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볼 만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Hand Sliced Smoked Salmon인 것으로 알고 있다.
주변에 한국 브랜드인 카멜 커피의 첫 미국 지점까지 들어섰다고 하니 베이글을 테이크아웃해서 커피와 함께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라치몬트는 한국인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동네다. 약간 가로수길 느낌? 깨끗하고, 유명 브랜드샵과 화장품, 향수 가게, 옷 가게가 다 한 곳에 모여있다.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식당은 Great White다.
다른 동네에도 지점이 있긴 하지만 라치몬트 특유의 한가로운 분위기가 맛을 더 살리는 것 같다. 브런치 메뉴로는 Smoked Salmon 피자를 추천한다. 저녁시간대에 방문하게 된다면 Truffle Fungi 피자도 좋다.
후식으로는 Bacio di Latte에서 젤라또를 먹기를 추천한다. Salt & Straw나 Jeni's처럼 유명한 아이스크림 브랜드 가게도 가까이에 있지만, Bacio di Latte는 헤이즈넛이나 피스타치오 같이 무겁고 달달한 맛과 제철 과일을 활용한 상큼한 맛 둘 다 너무 인위적이지 않게 잘 살려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아트 디스트릭트도 또 다른 핫플이다. 기존에 공장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연 식당이나 펍이 많고, 이름답게 예술가들이 많아 그 분위기가 문래동과 좀 비슷한 것 같다. 이곳은 꼭 저녁에 가서 핫도그에 맥주를 먹어야 한다.
그래봤자 핫도그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아, 여기 진짜 맛있다.
일단 고를 수 있는 소시지 종류가 꽤 많다. 나는 보통 클래식하게 먹고 싶다 하면 Kielbasa를, 자극적인 맛을 원하면 Hot Italian을 주문한다. 토핑도 두 가지 고를 수 있는데, Kielbasa를 시킬 때는 Caramelized Onion과 Spicy Peppers를 곁들이고 Hot Italian에는 Caramelized Onion과 Sweet Peppers를 곁들이는 편이다. 일행이 있다면 감자튀김도 꼭 시키는 것이 좋다. 큼직하게 썰어 바삭한 겉면을 씹으면 안은 포슬포슬하다. White truffle oil glaze를 추가하고 디핑 소스로는 Chipotle Aioli와 Sundried Tomato Mayo를 추가해 드셔보라. 음료도 생맥주, 병맥주, 칵테일, 논알코올음료까지 다양하게 있으니 술을 안 마시는 친구도 야무지게 챙겨서 갈 만하다. 나는 Köstritzer Schwarzbier라는 흑맥주를 생맥으로 마셨을 때가 가장 좋았다.
웨스트 할리우드는 보다 부내가 나는 곳이다. 물론 안성재 셰프가 일했던 고급 일식당, 우라사와가 위치했던 부촌의 끝판왕 베벌리힐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베벌리힐스에서 크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만큼 비싼 돈을 내지 않아도 비슷하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라면 다음 두 곳이 떠오른다.
각각 Eveleigh는 Dungeness Crab Pasta, Jon & Vinny's는 Cara Restuarant은 Lemon Pasta로 유명하다. 솔직히 공통적으로 맛보다도 인테리어가 화려하고 예뻐서 사진 찍기 좋다.
"진짜" 타코 트럭은 주차장에 밀집되어 있다. 영업 시작이야 낮에 한다고 해도,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끼운 꼬챙이 앞에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 것은 밤 10-11시부터다.
곰탕에 들어간 연골 같은 쫀득쫀득한 식감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Beef Head(Cerbeza) 부위를 권한다. 아니라면 Brisket도 무난하게 맛있다. 라임도, 무도, 살사도 신선한 이곳의 타코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아무래도 그 자리에서 바로 차 주변을 둘러싸고 서서 식사하는 것이다.
시간대를 다르게 적기는 했지만 당연히 이 모든 곳을 하루 안에 돌기엔 무리가 있고, 한국인들에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한 무던한 곳들 위주로 추천했지만 도시 전역에 퍼진 맛집을 더 알아보고 싶다면 아래 지도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s://maps.app.goo.gl/xKtZtNdxmmWGPpVr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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