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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Jul 15. 2023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 아닌 블로그 선택으로 시작된 꿈

결국 일을 하며 꿈을 갖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첫 질문을 했다.


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놀 것인가?


과거 노인은 노인정에서 시간을 보냈고, 현재에도 아파트 관리실 한 층에는 여전히 노인정이 있다. 중요한 건 내가 노인이 되어도 노인정에는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 앞 커피숍에서 자식욕 남편욕을 하며 주야장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기가 막히게 노후연금, 건강하게 늙는 법, 노화 방지 등 관련 영상들을 줄지어 소개한다. 그저 건강하게 젊게 살아내는 거에만 주안점을 둔다. 물론 가장 중요한 내용임에는 틀림없지만 궁금한 내용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한 노후 대비 법 첫 번째는 흔하디 흔한 '취미'였다. 

단, 비용이 들지 않고, 힘이 들지 않는 조건이 있었다. 그 조건에 부합하며 나와 맞는 취미는 블로그였다.

4년 전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이 아닌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제목은 '스마트 에이징'이었다. 곧 다가올 5060을 생각하면서 좀 더 똑똑하게 늙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경제적인 면의 대비라기보다는 치매를 예방하고 좀 더 스마트한 할머니가 되는 데 글쓰기만큼 좋은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런 나의 생각을 친정 부모님께 전파했다. 최근까지 일을 하신 엄마는 조금 알려드리니 블로그의 기본적인 사용법은 익히셨다. 일기장으로 간혹 작성하지만 아직 그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는지 즐겨하지는 않으신다. 블로그의 재미를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았다. 노후 준비를 6070에 시작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40대부터는 노후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일'이었다. 

뒤늦게 일을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안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거야말로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난 천운까지는 아니지만 운이 좋았다. 노후 대비로 시작한 블로그를 활발하게 운영하며 이웃님과 소통했고, 결과적으로 이웃님 중 한 분이 나의 대표님이 되었다. 재미를 느끼는 블로그 운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일하는 스타트업은 경력보유여성을 타겟층으로 하며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나 동기 부여를 위해 교육 기획을 하는 곳이다. 내가 일할 수 있었던 이유도 기업의 사명과 나의 경우가 비슷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회사에 들어와 보니 그런 사명은 온데간데없고 대부분 눈앞의 수익을 쫓아가기에 바빴다. 경력보유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실제로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존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직원들이 한꺼번에 그만두면서 나만 남게 되었고 자연스레 동력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 기존에 약속된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노후에 대한 고민을 한다. 나의 글쓰기 취미는 계속할 수 있지만 '회사' 부분에서는 계속 '?'가 생긴다. 결론은 현재 나의 회사는 나의 노후 대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는 대표님의 의지가 강해 이것저것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하고, 경력 보유 여성 인턴 직원을 뽑아 같이 머리를 맞대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 시점에서 나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1년 정도 회사 일에 깊숙이 관여하며 지내오다 보니 회사의 오랜 숙원 사업에 동의를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게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의 목표 또는 꿈?

이 나이에 꿈을 꾼다는 것이 신기하고 부끄럽지만 아마도 이런 것을 목표 혹은 꿈이라고 부르는 거 같다.

노후에 일과 같은 의무적이고 반 강제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자유롭게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해당이 없지만 일을 하며 보니 정말 상상이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타겟층은 딱 나 같은 사람이며 역시 나 같은 사람이 많이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매우 활발하지 않은,
그렇지만 자기 계발이나 성장 욕구가 강하고,
판을 까는 건 익숙하지 않지만 판을 깔면 성실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어울려 지낼 수 있는 끈끈한 판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일이 되었든, 취미가 되었든지 간에 중요하지 않다. 지금 없다면 내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내가 다니는 회사는 사회적 기업으로 다양한 혜택이 있다는 세부적인 운영 내용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이러한 부분을 잘만 이용한다면 충분히 나의 생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된다.

시니어 산업 학과 대학원 진학도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적은 돈이지만 월급을 모아 왔다. 그 월급으로 대학원 등록금 정도는 충당할 수 있게 되었고 어제는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궁금한 내용을 질문도 했다.


그 ''을 그리는 게 앞으로 나의 목표이자 새로운 꿈이다.

 

이것이 운명인가? 뭔 눈엔 뭐만 보이는 게 맞는 건가? 마침 오늘 아침 신문에 나온 신간이 나의 시선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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