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진짜 작가는 나의 부모님이다. 딸은 그들이 남긴 유산을 기록했을 뿐이다
“얘들아, 이거 읽어 볼래,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쓴 연애편지야”
딸과 아들의 두 눈이 동그래진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군사우편이 찍힌 빛바랜 누런 편지지는 그 자체로 놀라운 호기심을 자아낸다. 어떻게 이 편지지가 보관이 되었는지 이야기해준다. 엄마는 자식들이 성인이 되면 보여주려고 간직했다. 나는 막상 성인이 되어서 읽지 않았다. 편지가 있다는 것은 잊지 않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부부가 그렇듯이 엄마 아빠의 연애도 사진을 보며 평범한 상상만 했다. 내 옆에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 익숙한 나는 사진 속의 연인들에 대해 공감이 되지 않았나 보다. 편지를 읽으면서 그 시대로 돌아가 지금의 나보다 더 젊은 엄마 아빠를 만나는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 세대 건너 또 나의 자식들이 읽는 시간이 낯설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나의 몸에 배어 있는 아빠의 성격은 편지에 묻어있어 거울을 보는 듯했다. 우리에게 심어준 가치관은 젊은 20살의 아빠의 철학이었다. 개명을 하고 싶을 정도로 삶이 힘들었던 엄마의 20살 모습은 순수한 백합과도 같았다. 한 남자를 믿고, 한 여자를 사랑한 그들은 이렇게 우리에게 수많은 유산을 남겨주고 나에게 다시 소중한 인연과 연결을 만들어 주었다.
딸은 할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한다. 딸은 무엇을 느낀 것일까. 또 아들은 엄마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시기인데 아들은 나에게 남겨진 유산을 읽은 모양이다. 나는 편지를 통해 아들과 딸을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은 슬픔과 비통으로 가득 차 있는 엄마를 4년 동안 지켜봐 주었다. 나는 잠시 잊었다. 나와 엄마만 생각하느라. 이제 엄마와 아빠가 나에게 남긴 유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임을 느낀다. 잊혀지지 않게 찬찬히 스며들게 해야 한다. 좋은 추억도, 나락으로 떨어뜨릴 실수도 모두 나의 것이기에 나는 그대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나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꽃을 보며 살 것이다. 꽃이 시들까 미래를 걱정하는 삶 말고 꽃이 참 이쁘구나 감탄하는 지금을 살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누구의 인생과 같이 산 결과이므로 감사하다.
우리들의 유산을 잊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