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달 Feb 26. 2024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읽고

삶 속의 24시간

마일리스 드 케랑갈은 현대 프랑스 문단을 뒤흔들고 있는 소설가이다.

2000년에 "구름 낀 하늘 아래를 걷다"를 출간하여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0년에 발표한 "다리의 탄생"으로 메디치상과 프란츠 헤셀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 "동쪽으로 뻗은 접선"으로 랑데르노상을 수상했다.

2014년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책으로 세계 10여 개 문학상을 휩쓴다. 출간되자마자 언론과 평론의 극찬을 받으며 프랑스에서만 50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프랑스 문단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해준다.







시몽 랭브르, 크리스토프 알바, 조앙 로셰 세 젊은이들은 1년에 두세 번 만날까 말까 한 중간 조수(규칙적으로 높은 파도가 밀려오고 바람은 잔잔한)의 서핑을 위해 새벽에 바다로 간다. 그들은 공포와 욕망을 주는 파도에 몸을 맡긴다. 그들을 덮칠 기세로 연달아 몰려들며 그들의 몸값을 요구하는 파도로 인해 그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녹초가 된 그들은 밴을 몰고 오다가 나무를 들이받는다. 시몽만 코마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다. 어머니 마리안과 아버지 숀은 코마 상태가 곧 죽음을 의미함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숀이 시몽에게 서핑을 가르치지 않았다면,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가 갑자기 몸집을 부풀리고 현재는 가늘디가는 경계선일 뿐 그 선 너머의 것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다.


피에르 레볼은 클로드베르나르 병원 소생의학과에서 일한다. 그는 갈림길에 선 생명, 절망적인 코마, 예고된 죽음들을 맞아들이는 일을 한다. 굴롱과 몰라레는 죽음을 입증하는 것은 두뇌 기능의 정지라고 발표를 한다. 이는 장기 적출과 이식의 허용과 실현을 낳게 한다.


토마 레마주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려는 계획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에 바치는 시간과 돈은 간호사로 받는 급여를 잡아먹는다.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 석사를 마친다. 그는 텅 비었으나 사용할 수 없는  시간들을 대기한다. 시몽의 소식을 듣고 시몽 부모님에게 시퍼런 멍을 남기는 육중한 주제의 장기 이식 의견을 묻는다. 기증, 거부의 말들이 충돌한다.


마르트 카라르는 기증자와 피이식자 사이의 적합성을 가려내는 생체 의학국 의사이다. 시몽의 심장이 클레르에게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명문가 알리스 아르팡과 비르질리오 브레바 심장의는 이식 수술을 마친다. 클레르는 자기는 살고 누군가는 죽었다는 사실에 결코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없음을 안다. 자신이 영원히 함정에 걸려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342쪽 장편소설의 시간 배경은 24시간이다. 장기 이식이라는 특별한 사건을 둘러싸고 다양한 직업군의 소개와 그들의 사생활, 장기 이식 과정과 수술까지 사실적이며 밀도가 굉장히 촘촘하다. 각 인물들의 풍부한 개인사를 부여하여 주인공에만 초점이 맞혀지는 기존의 소설과의 차별성을 구현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를 독자에게 생각하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처럼 극적이기도 하고 평범하게 비극적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나의 심장은 냉철함과 뜨거운 감성을 오고 간다. 너무나도 긴 문장들이 있다가 짧은 문장들의 배치가 희한하게 가독성을 높인다. 작가의 문장력과 CCTV 같은 시선에 놀랄 뿐이다. 냉철한 문장과도 같은 의학 뒤에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든 삶의 의미를 숨겨두었다.      




 기억에 남는 문장

"기억의 폭발은 그녀로서는 무능하게도 통제도 축소도 할 수 없는 고통을 그녀의 가슴속에 심어 놓았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의 강렬한 현재성을 확인해 준다."

"그의 오열은 자연의 숨결의 연장이다."

"이제부터 하나의 물체처럼 그곳에 홀로 남게 된 시몽에게서 흘러나오는 고독이다."


작가의 이전글 <퍼즐 맞추기>를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