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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Nov 12. 2024

<풍경의 쓸모>를 읽고

아주 평범한 사람은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런 날이 오면 잘 알아보고 한 곳에 붙박아둬야 한다. 그렇게 숨을 참고 과거의 자세로 사진기를 바라본다. 


아버지는 추문으로 교단에서 내려와 심판 일을 하다가 그 밖의 여러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리고 나에게 때에 맞는 선물을 주셨다. 졸업식, 입학식, 군 입대 즈음에 평범한 전자사전, 넥타이, 손목시계를 보냈다. 어머니와 헤어지고도 매달 규칙적으로 생활비를 보냈다. 입금이 늦어질 경우 전화를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교외로 수업을 나가는 강사이다. 일 년 전 봄 곽교수의 차를 타고 남부터미널로 돌아오는 중 차사고가 났다. 간단히 반주를 했다는 곽교수는 여자아이를 치었다. 다행히 무릎에 살짝 피가 난 정도이다. 곽교수는 조만간 승진 시험이 있다며 이 차를 자네가 몬 것으로 해달라고 제안한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때 버스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과거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사건 이후 내 인상이 미묘하게 바뀐 걸 알았다. 


나는 어머니 환갑 생일 기념으로 태국에 가족과 함께 왔다. 며칠 전 임용 면접을 봐서 학교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국 오기 며칠 전 아버지에게 급한 일이라며 문자가 왔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사람의 병원비를 부탁했다. 지도 교수를 추천해 준 최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낙담하지 말라며 곽교수가 강하게 반대한 모양인데 둘이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묻는다. 그리고 아버지 그 사람의 부고 소식 메시지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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