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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by 하루달

사랑하는 어머니, 사촌 오빠, 이모는 차사고로 죽는다. 열두 살 빅토리아는 자연스레 집안일을 맡고 아버지, 남동생 세스, 이모부 사이에서 홀로 성장한다. 열일곱 살이 된 빅토리아는 우연히 길을 묻는 윌슨 문에게 호감을 느끼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윌슨 문은 인디언이라는 사회적 차별을 받아 둘의 사랑은 은밀히 이루어진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나는 이디스 워튼의 <여름> 책이 떠올랐다. 시골 마을에 사는 채리티는 도서관에 방문한 루시어스 하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은 밀회를 즐기고 혼자 아기를 산속에서 낳는다. 빅토리아도 혼자 산속에서 아기를 낳는다. 그러나 윌슨 문이 도망을 간 것이 아니라 포악한 성격을 가진 동생 세스의 손에 잔인하게 죽는다. 또한 나는 <파친코>도 떠올랐다. 전형적인 플롯,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는 약자를 사랑함으로 겪게 되는 아픔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다시 차별과 고통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인디언의 후손들이, 일본에서는 조선인들이, 현대에서는 가난한 자, 배우지 못한 자, 소수자, 유색인종들이 여전히 고통을 겪는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차별이 되는 점은 자연에 대한 숭배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표지에 있는 복숭아가 그것을 드러낸다. 처음부터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은 자연을 숭배하고 존중하며 생활을 했다. 자연은 힘이 세기 때문인 동시에 인간은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는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빅토리아와 윌슨 문의 사랑은 그래서 아름답고 소중하다. 오로지 현재의 순간만을 두 손에 소중히 담고서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경탄하는 사람들이고 강한 사람들이다. 박경리의 <토지>도 자연이 순리임을, 자연의 일부인 민초들의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시간의 순서로 진행이 된다. 목차도 1부 1948년~1955년, 2부 1949년~1955년, 3부 1955년~1970년, 4부 1949년~1970년, 5부 1970년~1971년이다. 이모부는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다리와 인생을 잃었다. 이웃 노파 루비앨리스는 아들과 남편을 잃고 말을 잃었다. 무고한 사람을 품을 수 없는 세상이다. 빅토리아와 윌슨 문의 아들 베이비 블루도 스무 살이 되어 베트남 전쟁에 나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이올라 마을은 저수지로 변동되어 수몰되었다. 파멸은 집요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인디언 윌슨 문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노파 루비앨리스에게 친절을 베풀었고 아이올라 복숭아나무를 옮겨 그들을 살려내고 자신의 아들을 되찾는다. 용감해지고 강해진 사랑의 힘은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간다. 단 한 번의 폭풍우가 강둑을 무너뜨리고 강물의 흐름을 바꾸어버려도 말이다. 우리의 삶은 지금을 지나야 그다음이 펼쳐진다. 이제는 그녀에게는 슬픔을 혼자 짊어지지 말라는 젤다와 잉가 테이트가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아들 루카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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