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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Jul 13. 2020

의미 없지 않아

전업주부 초년생입니다.


분명 매일같이 야근하던 직장생활보다

더 여유 없는 생활인데

왜 내 하루는 텅 빈 것만 같을까




엄마들은 아이를 가지면,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얼마 없는 선택지에서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결정을 하게 되는데, 내 선택은 ‘전업주부’였다.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엄마’였다. 그리고 여전히 내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더불어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한 엄마들을 너무나도 존경한다.)

나는 ‘누구 엄마’라는 타이틀이 좋다. 어떤 이들의 이야기처럼 ‘누구누구 엄마’라고 불린다 하여 내 존재 자체가 부인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내게 <누구 엄마:경력 3년 차>라는 이력이 더해졌을 뿐이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엄마 혹은 주부 업무능력이 상승하는 것이 은근 자랑스럽다.

‘반자의적 경단녀’에 대한 내 생각은 확고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직업란에 ‘주부’라고 쓰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나를 발견했다. ‘주부’라는 단어가 무직보다도 더 무직처럼 느껴졌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할 무렵에는 마음의 요동이 더 심해졌다.

“어린이집 보내? 왜? 일 시작하려고?”
“이제, 여유 좀 생기겠네?”

흘러가는 작은 말 하나하나에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 ‘남편 돈 받아 놀고먹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매일같이 야근을 하던 직장생활보다 더 여유 없는 생활인데, 왜 내 하루는 텅 빈 것만 같을까. 스스로조차 내 하루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여전히 난 내 선택에 후회가 없다. 엄마라는 내 이력이, 주부로 쌓아가는 내 업무능력이 좋다. 지금은 엄마 초년생이라 서툴게 하는 일들도 언젠가 능수능란해지겠지 하며 기대도 된다.

이 글은 내가 애써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의미 있었노라고, 프로젝트에 대한 성과도 박수도 진급도 없는 내 업무가 내게는 귀하다고,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을지라도 적어도 스스로에게만큼은 당당하자고 힘을 싣는 글이다.

전업주부, < 주부[명사] :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가는 안주인 >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가는 나와 같은 당신이, 한 기업을 꾸려가는 총수와 다르지 않다고, 한 나라를 꾸려가는 나라님과 다르지 않다고, 그러니 서로 등을 두드려가며 제대로 가정을 꾸려가 보자고 응원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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