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 Kim Aug 16. 2017

징글징글.

Herstory.

호찌민 여섯째 날 오후,


내가 그녀를 징글징글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증명되는 하루하루가 이렇게도 아쉽게 지나가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사랑을 다짐하고,

매일 저녁 눈을 감으며 내 못난 사랑에 후회하기를 반복했던 지나간 다섯 번의 밤들...


함께 아침을 맞이하는 평범했던 일상들을 오랜만에 마주하며 쉬이 오지 않을 이 기회를 더 큰 사랑으로 채우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더욱 신경 쓰는 조금 어색한 우리의 아침이 우선 시작된다.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다시 또 이야기하고 우리의 공백을 채울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수용, 이해, 인내, 사랑, 분노, 충고, 후회, 인정, 사랑의 굴레를 반복하며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

보름이라는 여정에 아직은 지나간 날보다 지나갈 날들이 더 많이 남아 있지만 하루하루 더해지는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나의 아쉬운 마음은 낡은 옷이 미어지듯 쓸린다.


그녀 없이 시작된 새로운 나의 삶으로 나아가며 그녀와 동일한 역할을 나는 너무나  만끽했고,

그녀와 다른 내 삶을 자부 하며 또 그렇게 만들어갈 자신도 내 안에 충만했다.

그렇게 위풍당당하게 나와 다른 그녀의 삶을 지적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로 맞이한 그녀의 삶 앞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내 마음을 애써 버티느라 온 힘을 다한다.

나는 자유롭게 그녀가 없는 삶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삶은 오히려 더욱 깊고 짙게 더해진 나를 품고 있었다.

그녀의 삶은 내가 그렇게 답답해 할 수 있는 삶이 아니었고, 결국 이렇게 징글징글하게 아프게 하시는 걸 보면 그녀를 향한 내 사랑도 어쩌면 더 짙어진 것 같다.


중국어에서 매우 사랑한다, 귀여워한다 라고 표현할 때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아플 동자가 붙는다.

20대 초반 사랑하면 사랑했지 왜 그 앞에 아프다는 단어가 함께할까...? 뭔가 이해가 갈 듯, 가지 않을 듯, 찝찝해하며 그 단어를 넘겼던 기억이 있다.

                            


疼爱 : 아플 동, 사랑 애 : 네이버 중국어 사전               

[ téng'ài ]

[동사] 매우 귀여워하다〔사랑하다〕.


엄마...

이 한 단어가 내 마음의 수면 위로 떠오르면 疼爱의 뜻이 완벽하게 이해되는 요즘이다.

부디, 후회하지 않을 모두가 승리자가 되는 전쟁 같은 사랑을 실현하는 일곱째 날이 되길 간절히 기도하며...  





작가의 이전글 이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