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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충 Nov 14. 2019

그 많던 덕후는 다 어디 갔을까

덕질동지 편


김대충은 문어발식 덕후였다.



특히 학창 시절 지독한 덕후로 살았다.

같은 나이 때 아이들을 잔뜩 모아 놓은 학교라는 곳은 참 덕질 동지가 많았다. 특히 고2 시절은 이상하리만치 반에 덕후가 종류별로 있었는데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어제 첼시 경기 봤냐?

-나 에곤 쉴레 책삼ㅋ

-철의 장막 맵에서 임요0이 저글링 넘기는 거 봄?

-네가 보라 한 보랏 겁나잼던데?

-제임스 모리슨 새 앨범 나왔더라!

-어제 하이킥 봄? 혜자죵니ㅋㅋㅋㅋ

-울프스 레인 미쳤음 진짜 잼 씀ㅜㅜ


          *비 덕후들의 시력보호를 위한 장치



이 모든 미친 소리를 반 친구 중 한 명은 받아줬으니 별천지라 할만하지 않은가. (아 참고로 김대충은 여고 출신이다.)




그 후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봐도 덕질 동지를 찾을 수 없었다. 덕후임을 살짝 내비치면 그들의 얼굴에 약간의 당황함이 스치는 걸 보고 그런 시도마저 안 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면 살짝 가면을 쓴다.


그런 김대충은 요즘 아이돌을 판다. 덕질 동지가 없어 외롭다. 딸들이 빨리 자라서 함께 극장가에 애니메이션 보러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저나 그 많던 덕후는 다 어디 갔을까? 다들 강제로 뽀로로 덕후, 보고서 덕후들이 되어있을까. 그도 아니면 정체를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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