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동지 편
김대충은 문어발식 덕후였다.
특히 학창 시절 지독한 덕후로 살았다.
같은 나이 때 아이들을 잔뜩 모아 놓은 학교라는 곳은 참 덕질 동지가 많았다. 특히 고2 시절은 이상하리만치 반에 덕후가 종류별로 있었는데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어제 첼시 경기 봤냐?
-나 에곤 쉴레 책삼ㅋ
-철의 장막 맵에서 임요0이 저글링 넘기는 거 봄?
-네가 보라 한 보랏 겁나잼던데?
-제임스 모리슨 새 앨범 나왔더라!
-어제 하이킥 봄? 혜자죵니ㅋㅋㅋㅋ
-울프스 레인 미쳤음 진짜 잼 씀ㅜㅜ
*비 덕후들의 시력보호를 위한 장치
이 모든 미친 소리를 반 친구 중 한 명은 받아줬으니 별천지라 할만하지 않은가. (아 참고로 김대충은 여고 출신이다.)
그 후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봐도 덕질 동지를 찾을 수 없었다. 덕후임을 살짝 내비치면 그들의 얼굴에 약간의 당황함이 스치는 걸 보고 그런 시도마저 안 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면 살짝 가면을 쓴다.
그런 김대충은 요즘 아이돌을 판다. 덕질 동지가 없어 외롭다. 딸들이 빨리 자라서 함께 극장가에 애니메이션 보러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저나 그 많던 덕후는 다 어디 갔을까? 다들 강제로 뽀로로 덕후, 보고서 덕후들이 되어있을까. 그도 아니면 정체를 숨기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