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세상이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계절.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나무 중 하나가 은행나무다.
하지만 은행나무의 열매에 관해서 라면 십중팔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다. 아침 출근길에 은행열매라도 밟았다 치면 하루 종일 신발에서 올라오는 구린내가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은행나무는 당당히 외친다.
사실 저는 열매가 없어요.
억울합니다.
은행나무는 자웅 이주 식물이다. 암, 수가 구별되는 종이다. 조경용 은행나무라 함은 수나무를 지칭한다. 하지만 가끔가다 잘못 심어져 있는 암나무를 마주치면 조경인들은 여간 맘이 아픈 게 아니다.
사실 은행나무 암, 수 구별법이 궁금하여 조경용 은행나무를 재배하는 분께 여쭤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난 직설화법이었다.
"그냥 기르다가 열매 열리면 베어내는 수밖에 없어요. 그냥 봐선 우리도 잘 몰라."
은행나무를 식재할 때 조경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납품처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식재시기가 가을이 아니고서야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또 납품처의 탓만을 할 수도 없는 게 수익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워낙 저가공사가 많은 탓에 서로 이윤을 남기기가 힘들다.
이런 은행나무는 열매 악취의 리스크를 제외하면 조경목으로 이점이 많다.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예쁜 단풍은 말할 것도 없고, 공해에도 강하고 이식률 역시 좋다. 그렇기에 조경업계에서 은행나무는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재료다.
마지막으로 조경인이 아닌 그냥 사람으로 한마디 붙이고 싶다.
길을 가다가
은행열매를 발견하면
좌우지장지지지 스텝으로
잘 피해 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