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고민
“동생, 요즘 혼자 있는 게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하니?”
사회적 지위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형님의 이 질문은, 단순한 하소연처럼 들리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어쩌면 현대인의 보편적인 숙제일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문득 혼자가 되는 시간이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이 질문은 그 무게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힘들다는 감정은 마치 교도소의 독방을 떠올리게 합니다. 독방은 재소자 중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가두는 극단적인 고립의 공간입니다. 좁고 답답한 방에서 오롯이 혼자 있어야 하는 그 시간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듯합니다.
물론 우리의 집이나 방은 독방처럼 좁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리적 공간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혼자만의 시간에 느껴지는 고립감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자가격리를 겪은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그 시간이 아무리 편안한 집에서 이루어졌더라도,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의 고독은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평생 가족, 동료,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아왔던 남성들에게 혼자만의 시간은 더욱 낯설고 두려운 경험일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온 우리는 '혼자 있음'이라는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때때로 우리를 스스로의 내면과 대면하게 하며, 그로 인해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힘은 '꺼리'에 달려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채울 무언가가 있다면 고독은 한결 덜할 것입니다. 요즘 많은 어른들이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것을 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다 자라 떠났고, 배우자는 각자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 뒤에도 애완동물은 변함없이 곁에 남아 우리를 바라봐 주는 존재입니다. 이처럼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돌봐줄 누군가의 존재는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그러나 애완동물이나 취미 같은 '꺼리'가 있어도 때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활동이나 누군가의 존재로 해결되지 않는, 삶의 본질적인 질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혼자 있는 시간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삶의 주도권을 쥐고 있느냐 없느냐는 고독의 무게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군대에서 상관의 명령을 따르는 군인처럼,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지시나 요구에 얽매여 살아갑니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지시에, 자영업자는 고객의 요구에, 그리고 가족 안에서는 서로의 기대에 얽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어떻게 다가올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주도권을 온전히 자신이 쥘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러나 막상 혼자가 되면 그 자유는 종종 불안으로 변질되곤 합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조차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불편함을 느낍니다.
고독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것을 고통으로 느낄지, 성장의 기회로 삼을지는 온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마주할 용기를 낸다면, 고독은 우리를 깊은 성찰로 이끌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움이 아닌 기회로 바라본다면, 그 시간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 됩니다. 혼자 있음은 타인의 기대나 요구에서 자유로워지는 상태이며, 그 안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입니다.
이 시간을 채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독서, 명상,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글쓰기 등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활동은 우리에게 평온과 만족을 가져다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독을 채우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며, 그 어떤 방법도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우리가 스스로의 존재를 탐구할 기회입니다. 타인과의 관계로만 정의되지 않는 우리의 삶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온전해집니다. 혼자 있다는 사실은 고통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삶은 언제나 외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있는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을 때, 고독도 두려움이 아니라 풍요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형님의 질문에 대해 답을 드려야 하겠지요.
“형님,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를 사랑하는 기회로 만들어 보세요. 그러면 고독은 더 이상 버거운 짐이 아니라, 형님을 채워줄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