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과 대응
만원 버스를 타고 있었다.
나는 비교적 앞자리에 서 있어서 밖의 교통상황이 잘 보였다.
저 멀리 차가 멈춰있는 구간이 보였다.
분명 저 정도 차가 밀려있으면 지금의 속도로는 안될 텐데
아마도 버스 기사는 운전이 초보였는지 차들이 멈춘 행렬 뒤에 접근하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았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속도의 감소를 예측하지 못해 다들 몸이 쏠렸다.
한 두 명이 쓰러지니 그 파동은 앞 쪽에 있는 나에게 까지 밀려왔다.
다행히 앞에 서 있던 사람들 몇몇이 손잡이를 잡고 있어서 더 이상의 쓰러짐은 없었다.
그렇게 급정거한 버스 기사를 보며 문득 리더의 역할을 떠올렸다.
버스에 타고 있는 우리는 동료다.
우리의 리더인 버스 기사를 믿고 우리는 탑승한다.
리더가 앞에 나타난 위급상황(교통정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바로 앞에 가서야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미리 천천히 속도를 줄여야 안정적으로 설 수 있다.
위급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직(버스)이 맞닥뜨려야 한다.
리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경우 피해는 가장 하위 직급으로 갈수록 크다
버스 기사는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다.
본인은 급정거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다.
안전판이 있다는 이야기다
좌석에 탑승한 이들은 임원급 직원이다.
그들에게도 영향은 있지만 그리 큰 움직임은 받지 않는다.
손잡이를 잡고 있는 중간 관리자.
큰 반동의 움직임에는 휩쓸리지만 팔로써 겨우 균형은 유지할 수 있다.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못한 직원들
그저 기사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다.
급정거하면 앞으로 급출발하면 뒤로
그들에게 안전장치란 없다.
리더의 잘못된 운전이 조직을 힘들게 한다.
그 영향력은 아래로 갈수록 크다.
나는 가정의 리더로서 우리 가족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