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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라이더 Jul 24. 2018

감성 스크랩 #62

지친편



우린 너무나도 지쳐있는 지 모른다

지금까지 행복했던 순간들 아팠던 순간들을

수도 없이 겪으며 지나간 인연이 남기고 간 거라곤

추억으로 그쳐버린 사랑이라는 감정


자신을 동전 뒤짚기 하듯 앞면과 뒷면에

서운함과 기쁨이라는 감정이 등을 맞대고
몇번이고 돌아가는 복잡한 감정


써버린 감정은 결코 가벼운 것도

싸구려도 쉬운 것도 약올리는 것도

넘쳐나는 것도 완벽한 것도

아닌 그저 좋아서 너만을 위한

가공되지 않은 그 무언가 였는데

인연의 끝에서 갈피를 못 잡고 덩그러니 남아있는

그 감정이 날 괴롭히고 하루 빨리 없어지길 바라며

자신을 속인다


자신을 속이며 다독이는 일이 괴롭다는걸

알아버린 후로 감정이라는건 쓸데없는

그 무언가가 되어버렸고 애써 감추는가 싶더니

상자 속에 넣고 필요할 때만 꺼내쓰는 가공된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또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상자를 들고 다니며 누군가 열어서 꺼내주길 바란다


가공된 무언가를 꺼내길 바라며
지칠대로 지친 여정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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