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라이더 Aug 13. 2018

감성 스크랩 #68

지친편



태어나서 이렇게 한 곳에 오래머물러 봤던가

한 건물에 갇혀서 꼼짝 못 하고 멈춰있다

벌써 열흘째 멈춰진 상태로 낯선 곳에서

생활이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시한부다

이 곳 생활도 얼마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빨리 여길 벗어나길 바라는건 아니다 

다시피 적응하니까


이 건물에서 갈 수 있는 곳은 4층과 1층이다

1층에가면 그나마 살 것 같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구경 할 수 있다 

잠시 그들과 같은 부류가 된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있는게 아니라

언제라도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왜 나한테 쓸데없이 친절을 베풀까


이런 생활은 근 2년동안의 생활과 정반대다

지금은 멈췄고 그 동안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지금 멈춘 것도 내 뜻이 아니다

두 가지 다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지만

그냥, 그렇게 됐다
갑자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잘해보자, 즐겁게 하자

라는 말이 너무 잔인하게 들린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라니..


갇혀있으니 예상 못 한 연락이 온다

이미 혼자 갇혀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 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내 생각말고 다른 이들의 관심은 부담스럽더니 지겹더니 싫어졌다

걱정말라고 안심시키는 내 자신이 걱정이된다

그래도 멍때리게 만드는 얘기는 있었다

젊어서 일에 미쳐가지고..으휴

내가..미쳐서 여기까지 왔구나


멈추니까 시간이 생기고 곧 여유가 됐다

비로소 생각이라는걸 하게 되었고

먼저 해왔던 생각들, 늘 마음 속 어딘가에

무거운 짐덩어리처럼 자리 잡아 버린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무시하고 지내온게 하나 둘 쌓이다보니

하고싶다라는 바람만 가득하다

머저리같다 한심하다 안타깝고 미안하다


첫 며칠동안은 다 똑 같은 이상한 옷을 입고

꾸밀 수 없는 내 모습을 보며 원래 나 이런 모습

아닌데 하면서 나가서 원래대로 돌아온 내 모습을 기대했다 

내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로





작가의 이전글 감성 스크랩 #6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