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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라이더 Aug 16. 2018

감성 스크랩 #71

기억편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됐다

잠깐 틈을 주면 기분이 저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혼자 내버려두면 끊임없이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히고 방황을 했다

심각 할 때면 커튼을 치고 어두운 방에서 몇 시간이고 베개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정이 격해질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안울수도 없고 눈물이 나는 이유도 몰랐다 모든게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어둡고 기분이 차분해지는 음악만 하루종일 들었다


그래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취미, 문화생활, 운동, 자기계발 이런 걸 할 생각은 못 했다 사실 뭔가를 이루고 내 스스로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건 순간적으로 지금의 상태를 잊기에는 너무 약했다 오랜시간을 투자해서 결과를 얻어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내가 그렇게 걸리는 시간을 참지 못 했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었고 그럴 마음이 안생겼다 다른 일로 기분이 정말 안좋은데 공부까지 해야하는 느낌이랄까


취해있었다 항상


무조건 아는 지인들을 만났다

안만나더라도 계속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저녁약속을 항상 만들려고 노력했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먹어보고 술마시는걸 마다하지 않았다 안마셔보던 와인을 찾아 마셨다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가서 커피도 자주 마셨다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서 활기찬 기운을 느껴보고 조용한 곳을 가서 한적함을 느꼈다

날씨가 좋으면 차를 타고 나가 멀리 낯선 곳도 가보고 새로운 동네 구석구석을 걸었다
저녁에는 클럽도 가보고 라이브 공연을 보러 다녔다 아무리 멀어도 지인과의 약속을 만들었고 다음 날 출근이여도 늦은 새벽까지 있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소비하고 새로운 상황에 노출시키고 재밌어 보이는 것 만 찾아 놀면서

항상 낯설고 새로움에 취해 살았다


즐길려고 발악했다

그렇게 해야지 지금 상태를 지워버릴 수 있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마음을 완전히 바꿔 버리기 보다는 그 상황을 즐기는 방법이 누군가를 만나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내는 거였다

오히려 저 끝까지 깊숙하게 떨어진 내가 어떻게든 다시 올라오려고 발악하는 것 같았다


거지-ㅅ 같았다

그렇게 몇 개월을 살았더니 내 모습이 좀 변했다
마치 과자봉지 같은 모습으로 내 자신을 포장시키고만 있었다 포장지는 항상 화려하게 업그레이드가 되는데 속에 내용물은 적고 질소로 공허함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과자봉지같은 모습

그래서 항상 돌아온 내 방에는 몇개월 전 우울했던 시점이 멈춘 것 마냥 아무것도 남아있는게 없었다

거짓같은 생활이였다



어떻게 해야 할 까 
뭘로 채워야 할 까

꼭 채워야 할 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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