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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May 23. 2016

노하우를 획득하는 질문 KnowHow vs DoHow?

질문어(質問語)탐구 (6) 어떻게(how)

알아도 마음이 따르지 않고,
몸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공부를 머리로만 해서 그렇다.
아직 모른다는 뜻이다.
_ 질문술사


[1] 어떻게(How)를 묻는 이유는 무엇인가?


1) 노하우(KnowHow)를 가진 동네 자전거가게 아저씨의 고수론

  얼마전 둘째 아이의 자전거 상태가 좋지 않아 동네 수리점에 들렸다. 체인에 녹이 쓸고, 브레이크 상태도 좋지 않고,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았다. 친절하게 자전거를 수리하던 아저씨가 입담을 과시하신다.


자전거 수리하는 일에도 급이 있다. 적은 돈만 받고도 끝내주게 잘 고치는 이는 '달인(whiz/expert) '이다. 그런데 끝내주게 잘 고치면서 손님에게 왜 이렇게 고치는지, 어떻게 사용하면 고장없이 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야 '장인(artisan/master)'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보다 높은 경지가 있는데, 그건 하늘과 땅과 사람과 통할 줄 아는 '도인(wizard/guru)'이라 부른다.


아저씨는 스스로 장인을 넘어 도인으로 가고 계시다고 너스레를 떠신다. 다음에 뵈면 어떻게 그런 고수가 되셨는지 비결을 물어보고 싶다.


실력을 높이고자 하는, 배우고자 하는 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고수들을 만나 '어떻게'를 묻는다. 만약 자전거의 고수가 아니라, 질문의 고수를 만날 수 있다면, 나 역시도 '어떻게 질문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다.


자전거가게 주인으로 가장 유명한? 라이트형제


2) 시도하고 싶으나, 실패하고 싶지 않다.  

  기존의 방법들이 통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나 실현시킬 구체적인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끝날까 두렵고, 당장 시작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것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성공적인(실패하지 않을)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묻는다. '어떻게'는 방법을 찾기 위한 질문어이며, 이미 성공한 적이 있는 이들에게 '노하우(KnowHow)'를 알려달라는 요청이다.


3) 왜(Why)를 묻는 혁신가,
   무엇(what)을 묻는 탐구자,
   어떻게(How)를 묻는 실천가.


 기존의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이들은 '왜(why)'를 묻는다. '왜'는 연결을 묻는 것이며, 그 연결의 당위성을 검토하게 한다. 왜 꼭 이래야만 하는가? 원인과 결과의 연결을 묻고, 행동과 영향의 연결을 묻는 질문이 '왜'이다. 기존의 연결됨이 느슨해지거나 의구심을 품게되면 왜(why)를 묻게 된다. 왜(why)에 답하지 않고선, 기존의 연결을 변화시킬 힘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기득권을 갖은 사람과 안전지대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왜(why)라는 질문이 거북하다. '왜'는 혁신가의 질문이다.


  '무엇(what)'을 묻고 있는 이들은 중요한 것을 찾고 있는 자들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수많은 문제와 답들에 질식되지 않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거나, 현실을 타게할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자는 무엇을 묻는다. 부족한 자원과 시간의 한계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서로 엮이고 얽혀있는 현실 속에서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명확해져야, 집중할 수 있다. 그렇기에 무엇(what)이라는 답을 찾으면 집중(focus)을 가져올 수 있다. 때로 만약(What if)이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한다. '무엇'은 탐구자의 질문이다.


  어떻게(How)를 묻는 것은 결국 행하기 위해서다. 탐구자들이 찾아낸 '무엇'을 실천하려는 이들에겐, '무엇'이라는 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어떻게(how) 해야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사유로 끝나지 않고 삶으로 행해보려 할 때 '어떻게'를 물어야 한다. '어떻게'는 실천가의 질문이다.





[2] 노하우(Know-How)인가, 두하우(Do-How)인가?


1) 어떻게(How)를 물어도 노하우(KnowHow)가 쌓이지 않는 이유는?

 그런데 남들에게 '어떻게(How)'를 묻는다고 과연 실천할 수 있을까? 노하우는 어떻게 쌓이는 것일까? 다른이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각자가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다르다. 때론 그 일을 하려고 하는 동기(why)도 다를 수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동일하다고 할지라도,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왜'해야 할지가 다르다면, 다른 이들의 노하우는 쓸모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남들이 이야기 하는 노하우(Know How)는 참고만 하라. 자신의 손발로 행해보기 전까지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겨나지 않는다. '어떻게(How)'라는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은 '이렇게, 저렇게'다. 따라해 볼 시범을 보여주지 않는 답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 타인의 답을 자신이 직접해보고 성공하기 전까지는 어떻게(How)에 대한 답을 얻은 것이 아니다.


2)  노하우(KnowHow)란 무엇인가?

  노하우(KnowHow)는 남들에게 배워서 쌓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행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며 쌓이는 것이다. 사유(Thinking)만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생성되는 앎이다. 노하우가 쌓이면, 재연(RePlay)이 가능하다. 같은 상황에서 거의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노하우다. 노하우(KnowHow)는 전수될 수 있는 지식이기는 하나, 개념을 설명하는 방식만으로는 전수되지 않는다.  노하우는 몸으로 쌓이는 '실천지식'이기 때문이다.


3) 두하우(DoHow) : 수행과 실천을 통해 쌓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노하우다.

  글쓰기 노하우를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일까? 무수히 많은 글을 써보는 수고를 통해 좋은 글쓰기과 나쁜 글쓰기를 분별하는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한 책을 100권 정도 읽고, 최고의 스승에게 사랑학 강의를 1만시간 수강한다고 사랑을 실천하는 노하우가 쌓일리는 없다. 실천(Do)을 통해 실제로 어떻게(How)해야 할지에 대한 지식이 쌓인다.

  실제로 무엇인가를 시도해보고, 무수히 많은 실패와 성공을 경험해보기 전에는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 농구선수가 3점슛을 성공시키는 노하우를 책으로 배운다한들, 그것으로 노하우가 생길리 없다. 남들에게 들은 지식은 참고는 될 지언정, 당신의 노하우가 되지 않는다. 질문하는 노하우도 마찬가지다. 실제 관계 속에서 질문을 주고 받으며 생성되는 것이지, 글 몇 편, 수업 몇개 수강해서 노하우를 축적하려는 것은 도둑놈 심뽀다. 실천없이 놓하우를 쌓는 지름길은 없다.




[3] 다른 사람의 노하우(KnowHow)를 어떻게 전수받을 수 있는가?


 그렇다면 무작정 실천해보고 반복하라는 이야기인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거나 가치없다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들로부터 노하우를 배우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간과 노력을 단축시킬 수 있다. 효과적으로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


1) 시도해보고 묻기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묻기보단 '이렇게 하면 될까요?'라고 묻자.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How)를 묻기 전에 먼저 스스로 실행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어떻게 타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려면, 일단 자전거를 타야 한다. 쓰러져보든 앞으로 나아가든 타 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어떻게(How)는 '이미 해 보고난 후 더 잘하기 위해' 묻을 때 효과적이지,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이들이 물어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시도해보고 실패해 봐도 좋다. 실패해 본 이들이 묻는 '어떻게(How)'는 그만큼 간절하다.


2) 체계적인 노하우 전수 방법 : 4D Practice

  성인학습의 경우 '인지적 지식(Knowing)'이 보다는 '실천적 지식(Doing)'의 습득에 더 촛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노하우를 형성시키는 방법과 절차가 발달해 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4D 훈련법'을 소개한다. 기억하기 쉽게 4가지 D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D는 '시연(Demo)'이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 처럼,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게 낫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의 시연(Demo)을 보고 관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좋다,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직접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번 시범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두번째 D는 '수행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기(Describe)'다. 시범을 보고난 이후에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다. 수행을 위한 행동들을 단계별로 나누어서 파악하는 것이다. 처음해야 할 것, 다음에 해야 할 것, 그 다음에 해야 할 것을 하나씩 듣고, 유의할 점들을 파악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해야 할 것은 무엇이죠? 그 다음은요?


 세번째 D는 일단 이해한 범위 안에서 '실습(Do)'해 보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수행해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생긴다. 실천지식은 몸으로 수행해보면서 온 몸의 감각으로 익히고 체화해야 한다. 인지적 이해와 실천적 이해의 간극을 파악하면서 그 둘의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렇게 하면 될까요?   


네번째 D는 실습 후에 '회고(돌아보기, Debrief)'하는 단계다. 의도했던 결과와 자신의 수행에 의한 결과의 차이를 비교하고, 배웠던 다른 이의 노하우와 자신의 실천사이의 간극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직접 수행해 본 이후의 질문은 구체적이 된다.

다르게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의 노하우 따위는 잊어버려도 된다. 참고만 할 뿐이다. 자신의 몸으로 수행해보고, 회고해보면서 몸이 기억하게 해야 한다. 노하우(Know)를 쌓는 방법은 두하우(DoHow)다.




3) 시범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줄 코치(MasterCoach)를 찾기


  원칙적으로 노하우는 자신의 경험에서 축적된다. 그러나 해당분야에서 자신보다 훌륭한 성취를 보여준 대가가 있다면, 그들로부터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시범을 보여주고, 실행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시도해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사람을 코치로 삼아야 하는가?

 가능하다면 해당분야에서 잘 알려진 '유명한 사람'을 무조건 선택하기 보다는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경험해 본 사람이 더 좋다. '이대로 하면 돼'라고 말로만 자신만의 방법을 강요하는 꼰데같은 사람보다는, 기꺼이 시범을 보여주고, 자신의 수행에 대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코치를 찾아보라. 잘 하는 사람(Best Player)도 좋지만, 잘 할 수 있게 촉진해 주는 사람(Best Facilitator)이 누구인지 찾아보라.



4) 묻고, 시도해보고, 다시 묻고, 다시 시도하기

노하우(KnowHow)를 얻기 위해선 어떻게 물어야 할까?


배우는 과정에서 질문은 다른 사람의 노하우(KnowHow)에 접근하는 열쇠가 된다.

(1) 시도해보고 묻기 : 이렇게 하면 될까요?
(2) 시범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기 : 한 번 시범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3) 상황을 설명하고 묻기 : ~~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구체적으로 쪼개어 묻기 : 이것은 어떻게 하나요?
(5) 핵심을 묻기 : 가장 유의할 것, 핵심적인 것은 뭔가요?
(6) 집요하기 묻기 : 또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7) 더 좋은 방법을 묻기 : 만약 코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껍니까?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노하우가 아니라, 자신의 실천을 통해 얻는 두노하우(DoHow)다.



행동하고,
(그 행동에서) 배우며,
(그 배움을 토대로) 구축해서 다시 행동한다.

_ 레너드 슐레진저 외 [한 걸음의 법칙]


노하우를 쌓고 싶은가? 그렇다면 답해보자.


어떻게 시작할까요?
무엇부터 시도해 볼까요?
언제 시작하겠습니까?



2016. 5. 23 질문술사


덧붙여...

'질문술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보니,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은 어떻게(How)라는 질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 할 수 있나요?,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요?, 직원들(학생들)이 질문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들을 받으면 아직도 곤혹스럽습니다. 제 노하우(DoHow)가 부족해서인가 봅니다.  앞으로 틈틈히 공부라고 실천하며 깨달은 작지만 소중한 '질문노하우(?)'들을 '질문연금술'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공유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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