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하기 싫은 삼봄씨 이야기
나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인간이다.
잘난 척, 아는 척, 아닌 척하다가
척하는 삶이 부끄럽고 싫어지고
척하는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
홀로만 있으면 척할 필요도 없을 테니
척하게 되는 관계를 끊어내 보았지만
척 한 글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여전히 넘어지곤 한다.
척하는 마음 아래
잘하고 싶었고, 자라고 싶었던,
미숙한 막내인, 인정받고 싶던 어린 내가
울고 있었단 걸 알긴 안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걸 부정당한 아해가
여전히 어둔 곳에서 숨죽여 울고 있지.
잘하냐 못하냐 끝없이 평가하고 판단하는 자,
내 안의 부모들, 성난 목소리에
두려움과 열등감과 수치심이 스며있음도 안다.
알았어도 틈만 나면 나도 모르게 또
척척척하고 있다.
이렇게 부족하고 망가진 인간인데도
여전히 엄지 척 올려주는 친구들이 있으나,
더 부끄러워져 이제는 집 밖으로 나서기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