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봄詩作 241202 + 류시화 시인의 <살아있다는 것> 낭독
무너짐은
더 이상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낡은 구조를
드러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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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드 로사
<가슴으로 치유하기>
이 외롭고 높고 쓸쓸하고
광막한 세상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이 비천하고 더럽고
조각나서 먼지가 되어버린
비겁한 겁쟁이라
주변만 서성이던
날개마저 포기한
못난 바보새에게
기꺼이 다가와 온 존재를
따뜻하게 포옹해 준 당신
기대고 비빌 언덕이 되어준 당신의
고요하고 따뜻한 들어줌이
오늘도 저를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제게도 당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고요함과 여유를
허락하소서.
2024. 12. 2. 담담한 먼지군의 아침기도
살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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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뭍에 잡혀 올라온 물고기가
온몸을 던져
바닥을 치듯이
그렇게 절망이 온몸으로
바닥을 친 적 있는지
그물에 걸린 새가
부리가 부러지도록
그물눈을 찢듯이
그렇게 슬픔이 온 존재의
눈금을 찢은 적은 있는지
살아 있다는 것은
그렇게 전 생애를 거는 일이다
실패해도 온몸을 내던져
실패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돌릴 겨를도 없이
두렵게 절실한 일이다
_ 류시화 <살아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