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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Oct 16. 2021

4월 | 나의 역량과 쓸모에 대한 고민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게 당연하다."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게 당연하다.

한 달째 되던 즈음, 회사 동료가 물었다. “보통 회사를 다니다가 사업을 하는 경우는 있는데, 사업을 하다가 취직을 한 경우는 못 봐서요. 어때요? 뭐가 더 좋아요?” 나는 잠시 고민 후 답했다. “무엇이 더 좋다기보다는.. 아예 다른 것 같아요.”


가장 큰 차이는 고민의 종류가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는 오히려 내가 나가면 여기가 망하지 않을까 고민했다면, 이제는 내가 여기에서 어떤 쓸모가 있을지 나의 쓸모에 대한 고민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둘 다 역량에 대한 고민이라는 점은 같았다. 내가 만들어가는 것과 이미 만들어진 것에 참여해서 동력을 더하는 것은 정말이지 상상 그 이상으로 달랐다. 팜프라에서는 너무도 명확하게 나는 필요한 존재였다. 오히려 내가 없으면 무너질 것을 두려워했다.(물론 그럴 리 없으며 실제로 그러지도 않았지만) 하지만 지금은 ‘내가 대체 가능한 존재면 어떡하지? 아니 그러겠지. 내가 하는 게 지금 쓸모가 있는 건가? 쓸모가 있으려면 나는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지?’ 등을 시도 때도 없이 생각했다. 지금 나는 백지라는 생각, 그렇기에 첫 기준을 훌륭하게 닦아놓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짓눌렀다. 너무 조급함만 앞선 나머지 첫 한 달간은 혼자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받곤 했다. 상사가 나에게 바랐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것? 전체를 보고 그 안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필요치 않은가를 판단하고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알맞은 조치를 취하는 것? 모르겠다.


이런 내게  지인들은 스스로를 너무 줘 패지 말라고 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성장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거다”

"나는 회사를 이해하는 데 최소 1년은 걸린다고 생각해"

"너는 building 하는 사람이니까 잘할 거야. 누가 너한테 느리다고 못한다고 뭐라 하냐. 너 스스로 네가 세운 기준에 네가 힘들어하는 거지. 기준이 있는 건 좋지. 근데 그것 때문에 빨리 지쳐버린다면 무슨 소용이야”


적당한 긴장은 승부욕을 자극한다. 하지만 극도의 긴장은 나를 집어삼킨다. 조바심으로 스스로 무너질 필요 없다. 우선 넣을 수 있는 인풋은 모조리 넣을 것. 그러나 동시에 완벽에 대한 강박을 버릴 것.




내 R&R은 내가 찾아가는 것 (a.k.a. 상사의 세 가지 조언)

첫 한 달간 기가 많이 죽은 나를 보며 상사가 조언을 했다.


1. "YOU HAVE SO MUCH POTENTIAL I BELIEVE, AND YOU'VE DONE GREAT JOBS!"  

확실히 나는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 편이니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니까 좋은 말만 해주는 거겠지' 단정 짓고 확신하며 오히려 그들의 기준을 낮춰버렸다. 그건 사실 내가 아니라 상대방을 완전히 짓밟아버리는 행위였다. 나를 칭찬하는 이들을 나는 짓밟아버리고 있었다.


2. "항상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쓸모가 없을 거라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마."

 어떤 시도에도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라. 나의 100% 모두 넣었을 , 실패하더라도 반드시 얻는다. 나는 의도치 않게 창업이란 것을 했었으나, 그때 시장의 규모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사업은 성장은 커녕 시작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시장의 규모는 확인되었으나, 기업의 생사를 위해서 더욱 확장해 나가야 하는 조직에  있다.


3. “일에 있어 정답은 없고, 그 누구도 답을 알고 있지 않아”

팜프라라고 생각하고, 내가 할 일은 내가 알아서 찾아서 하면 된다. 그 자체가 두려움과 불안이 될 수 있으나, 동시에 가능성과 자유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받아들이고. 나아간다. Nobody has an answer, but we have to decide.




이달의 findings  

1. 내 R&R은 내가 찾아가는 것. 스스로 생각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있는 힘껏 할 것.
2. 시키는 것을 수동적으로  '실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3. 모든 판단에는 근거를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4. 나는 비서가 아니다. 내가 모르는 게 당연한 게 아니다.
5.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는 연습을 잘할 것.
6.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는 것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yes or no"
7. 지난 Follow-ups를 확인하지 않으면 MBR을 하는 이유가 없다.
8. 내 일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 되게끔 만들 것.
9. 눈에 보이는 것 이면의 과정을 볼 줄 알아야 한다.
10. 지나친 욕심은 재미를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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