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던 대로 극에서 극으로 왔구나"
입사 전날은 유독 잠이 오지 않았다. 저녁에 한 모금 마셨던 커피 탓일까. 첫날에 대한 긴장감 때문인가. 인생 첫 정식 출근에 대한 감흥은 생각 외로 크지는 않았으나 무려 두 달 만에 다시 일하는 내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두근거렸다. 마치 겨울방학 후 3월이 되어 새 학기가 시작된 대학생의 설렘이었다. 그 탓인지 꿈도 꿨다. 꿈속에서 나는 하루빨리 사람들과 친해져야 한다는 압박감인지 열심히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회사는 회사다. 선이 존재한다. 나에게 하나하나 가르쳐줄 시간 없다. 회사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웃기게도 꿈속에서 미리 교훈 몇 가지를 얻고 시작한 첫 출근이었다.
그러나 첫날은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인사는 입사자가 만나는 회사의 첫인상인데.. 퇴사자가 남기고 간 재고로 포맷조차 되지 않았다. 회의록은 왜 작성하지 않는 것이며, 도대체 사내 공유는 어떻게 되는 것이며, 대체 왜 구글은 개인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만큼 의욕적이거나 주도적이지 않은 직원들의 모습은 가히 충격이었다. 이런 게 바로 회사란 건가.. 설렘 한가득 안고 온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공통된 목표와 기획의도 부재, 코워킹 스페이스처럼 제각각으로 노는 부서들, 공유되지 못하는 회사의 방향 등이었다. 이곳의 아이덴티티, 이곳의 철학은 뭘까? 무엇을 위한 일인지, 무엇을 위한 성장인지 의문점만 쌓여갔다.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전혀 스타트업 같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주변에 회사원이 부재했던 배경의 소유자이자 경영학 비전공자로서 회사라는 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급 체계는 어떻게 되며, 각 부서는 어떤 목적으로 구성되고 운영되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렇다면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의 이미지는 무엇이었던 걸까. 나는 어떤 모습을 상상하고 기대했던 걸까...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오늘 하루 어땠냐는 엄마의 물음에 "묘해.."라는 답밖에 할 수 없었다.
창업했던 회사와 취직했던 회사, 두 회사는 여러모로 극과 극이었다. 같은 스타트업이지만 전혀 달랐다. 위치, 매출, 비즈니스 모델, 제품, 소비자, 구성원, 지향하는 가치, 젠더 감수성, 다양성 등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있다고 말해도 무방했다. 가장 큰 차이는 제품의 유무였다. 팜프라에서의 바람은 '지속적으로 판매 가능한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였다. 여기에는 확실히 판매해야 하는 제품이 있다. 다음은 소비자였다. 팜프라 때는 그래도 소비자를 알았고 상상할 수 있었다. 남해라는 물리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는 곳이었으니까. 반면 이곳은 소비자가 도저히 손에 안 잡힌다. 감이 안 온다. 내가 네일을 하던 사람이 아니라서 더 막막했다. 대체 어떤 사람이 네일을 하는 걸까. 왜 하는 걸까.. 입사 후 얼마지 않아 지하철을 탈 때마다 일부러 몇 칸씩은 옮기면서 사람들 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대중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구나 싶다. 일상이 다 시장조사다. 덩달아 점점 길어져가는 손톱을 만지작 거리면서 새삼 정말이지 원했던 대로 극과 극인 곳으로 왔구나 깨닫는다.
1. ‘Why’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How'가 달라진다.
2. 마케터의 기본자세는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3. 산업군별로 운영 방식은 다르다
4. SWOT analysis 활용할 것.
5. 항상 출처를 명시할 것.
6. 브랜드에도 성숙도가 있다. 모든 브랜드 마케팅 사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그 브랜드가 왜 그 선택을 했는지,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맥락’을 볼 줄 알아야 한다.
7.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전략 설계’. 기업 환경과 목표에 따라 마케팅 전략 또한 그때그때 달라야 한다.
8. 받아들이는 자세의 중요성. 그리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
9. KPI를 설정할 때, 생산 케파를 고려해야 한다.
10. 재고량이 쌓이는 일은 마이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