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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Jun 07. 2023

무라카미하루키<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23년간 쉬지 않고 달리기를 하고, 매년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정도로 러닝 애호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책을 덮고 매년 실패하는 달리기에 재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차올랐다. 언제 또 시작하고 그만둘지 모를 런데이 어플을 다시 설치하고, 내친김에 <아무튼, 달리기> 까지 이어서 읽어버렸다. 과연 이번 여름엔 다시 달려볼 수 있을까.


그렇지만 러닝에 국한된 동경 하나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마무리하기는 아쉽다. 코로나를 앓고 기운을 차려갈 때쯤 읽게 된 타이밍도 한몫했겠지만, '열심히, 그러나 담백하게' 생의 매 순간을 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남았다. 하루키의 달리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왜인지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는다.


여기서 잘 산다는 것은 나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가깝다. 하루키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그의 글에서 그가 정말 하루키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꽤 잘 견뎌낼 수 있는 것, 썩 재능 없는 분야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며 될성부른 떡잎을 좋은 나무로 키우는 쪽으로 인생을 성실히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남들 하는 대로 휘둘리던 이십 대를 지나 조금씩 나를 더 구체적으로 알게된다. 나의 존재와 가까워지는 일은 나이가 들며 얻게 되는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전히 나를 아는 일은 가장 어려운 삶의 과제겠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은 인정하고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남은 생의 많은 시간을 쏟으며 나답게 살고 싶다.


하루키가 직업으로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소설가로 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것이 공교롭게도 지금 내 나이와 같은 서른셋. 이미 많은 것이 이미 결정되어 버린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는 요즘 - 하루키의 역사 중 '소설' 과 '달리기' 라는 큰 두개의 축이 이제서야 막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나 역시 무언가 도전해도 좋다는 위안과 용기를 준다. '우리가 늦은 건 키즈모델 뿐!' 이라는 밈 처럼.


책 속의 '달리기' 를 '요가' 로 바꾸어도 그대로 통할 것 같다. 나도 23년간 꾸준히 요가 수련을 하고, 이렇게 요가 여정을 돌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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