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겨울 밴쿠버에서 읽은 책
180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책이지만 3장 4장은 나 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그 부분이 이 통계물리학자의 전문 분야인데)
2021년 노벨상을 타신 분으로 자신의 연구 과정과 겪은 일 그리고 몇 가지 주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에세이이다. 몇 챕터는 이미 다른 곳에서 발표한 글이거나 기고한 글을 다듬어서 이 책에 포함했다. 하지만 일반인보다는 어쩌면 과학계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그래 맞아’ 하면서 공감할 내용이 많을 것이다.
5,6,7 장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다. 하나 예를 들면 미국에서 페르미 연구소에 입자 가속기를 설치하는 것이 미국 국가 안보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어떤 유용한 점이 있냐는 상원의 집요한 질문에 로버트 윌슨 박사가 한 말은 마음을 울렸다. (과학의 의미에 대해 파리시가 쓴 글 중에 소개)
‘가속기의 가치는 문화에 대한 사랑에 있습니다. 그림이나 조각, 시처럼 미국인들이 애국적으로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할 수 있죠. 가속기는 이 나라를 지키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지킬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파리시 박사는 이탈리아 인이라 군데 군데 그의 기질이 좀 보인다. 그러면서도 현재 이탈리아의 정치가 나라를 제3국 수준으로 끌어 내리고 있다고 한탄한다. 그 얘기 하면서 한국을 언급하는데 이탈리아 인 답게 2002년에 한국이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이겼다는 얘기와 함께 한국이 연구개발비를 이탈리아의 세 배나 쓰고 있음을 꼬집는다 (요즘은 입장이 바뀌었을까??)
그는 요즘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과 비과학이 커지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하면서 동시에 과학자나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마치 마법인 듯 얘기하거나 전공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함으로써 일반 대중은 비합리적인 존재로 비하되고 그 반발로 더 비합리적인 것을 찾는 현상을 안타까와 한다. 과학자들이 오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사실 나도 아주 오만한 분을 겪어 본 적이 있다)
옮기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책을 읽어 보시기 바라고 나도 잘 몰랐던 그의 통계물리학 공헌에 대한 얘기는 댓글 기사로 대신하련다.
원전은 2021년 출간 번역서는 얼마 전에 나왔다.
조르지 파리시 박사의 노벨상 수상 관련한 연구에 대한 소개는 이 기사를 참조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