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아니 몇 시간 뒤면 딱 마흔이 된다. '빠른년생'이라 39살로 거의 3년을 살았다. 같은 학령의 83년생들과 함께 2021년에 서른 아홉을 맞이하기 시작해서, 윤석열 정부의 '만나이 통일' 정책 덕분에 2024년 생일 직전까지 서른 아홉을 누리고 있다. 병원에 가면 서류마다 찍혀있는 39/F가 괜히 애틋했다. 앞으로 볼 숫자 중에 가장 작은 수치이고,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제 친구들과 조촐한 생일파티를 했다. 와인 각 1병씩은 기본으로 먹던 우리는 이제 논알콜 뱅쇼와 민들레티만 홀짝이게 되었다. "술 마시면 힘들어." 아프고 나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은 나는, 친구들에게 영양제 챙겨먹으라고 엄마처럼 잔소리를 했다. 비타민 먹으라고 손에 쥐어주는 엄마한테 '유튜브 좀 그만 봐' 라고 은근한 짜증을 내곤 했었는데 내가 딱 그 모습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지근한 물과 함께 유산균을 한 알 먹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미리 씻어뒀던 야채와 방울토마토에 역시 미리 삶아뒀던 닭가슴살을 얹고,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유를 뿌린다. 통밀식빵 한조각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린다.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연하게. 일주일에 두 번 근력운동을 하고 두 세번은 유산소 운동을 한다. 7시간~8시간 가량 푹 잔다. 매일 비타민B C D E 와 코큐텐, 셀레늄, 오메가3를 먹는다. 인스턴트나 배달음식, 가끔은 먹지만 대개는 건강식으로 차려 먹는다. 탄단지 균형 엄격하진 않아도 어느정도 고려해서.
병가 생활의 루틴을 꼽자면 이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손상된 신경 회복에 좋다고들 하는 방법은 그동안 알려진 '건강한 습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달리 해야될 일도 없으니까. 그렇게 8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 최근 의외의 발견을 하게 됐다. 레이저로 제거해도 이내 재발하던 목덜미의 쥐젖이 안 생기고 있다. 종종 찾아오던 원인모를 가려움증도 사라졌다. 잘은 모르지만 건강한 생활습관 덕에 몸 안에 있던 염증반응들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혼자 추측한다.
건강해야지. 오래 살아야지. 종종 혼잣말을 한다. 그럴 때면 몇 년 전 우울증 증상이 왔을 때 '죽고싶다' 생각하던 사람 어디갔나 싶어 웃음이 나기도 한다. 젊고 건강할때는 죽고 싶다더니, 아프니까 살고 싶냐?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이제라도 삶의 소중함을 알아서 다행인가 싶기도 하고. 그리하여 나의 40대는, 30대보다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안면마비에게 고마운 마음도 든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6월 25일(안면마비 발병일)을 제2의 생일로 기념할거야. 인생 2회차야 나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