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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다이빙

나의 스쿠버 다이빙 첫 체험 

by 낯썸 Oct 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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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다이빙


자자, 장비 확인하고 이상 없으신 분들은 나가서 빨간 배에 탑승하시면 됩니다. 


나는 물을 싫어한다. 아니 수영을 못한다. 어린 시절 계곡에 물놀이를 갔다가 친구가 사고로 하늘나라에 갔던 강렬한 기억 덕분인지 몰라도 물에 대한 공포가 어른이 되어서도 존재했다. 바다는 좋아하지만 바닷속은 왠지 모를 공포가 느껴졌다. 아득히 심해로 침잠할 듯한. 내 존재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랬던 내가 지금 스쿠버 다이빙을 하기 위해 양양에 왔다. 시작은 단순했다. 술자리에서 친구의 신들린 영업에 그만 충동적으로 예약을 하고 결제까지 해버린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해보자. 양양에 가서 이론 수업을 들을 때 만 해도 의기양양했다. 그까짓 거 뭐 대충~ 하면 되지. 장비도 있고 공기통에서 숨만 쉬면 되는데 어려울 것이 뭐가 있다고. 


처음 얕은 해변가에서 적응 훈련부터 시작했다. 내가 신청한 오픈워터 자격증은 18m까지 자유롭게 전 세계 어디에서나 다이빙이 가능한 자격증이었다. 자격증을 수료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상황들에게 대한 대처법과 적응이 필요했다. 장비를 착용하고 공기통을 메고 해변으로 들어갔다. 배꼽 정도 오는 깊이에서 먼저 마스크를 쓰고 호흡기를 물고 물속에 들어가 보았다. 


우리나라 해변가라 그런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탁한 시야였다. 숨이 턱 막혀온다. 분명 숨 쉬는데 문제는 전혀 없다. 숨을 가쁘게 쉬고, 머리가 하얘지고, 공포감이 밀려온다.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기를 더욱 세게 물었다. 소위 말하는 패닉인가.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같이 간 친구였다. 아마 그럴 것이다. 바로 고개를 들고 싶었지만 남자의 가오가 뇌를 지배했다. 호기롭게 큰소리쳤는데 해변가에서 고개 들면 오늘 저녁 술자리 내내 놀림감이다. 조금만 더 버티어보자. 


앞도 잘 안보이던 내 시야가 조금씩 트였고, 숨소리는 안정되었으며,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다가 나를 받아들이는지 내가 바다를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정신이 나갈 정도로 힘들었다. 마스크 안 물을 빼는 훈련이나 호흡기가 갑자기 빠졌거나 고장 났을 때 대비 훈련은 호흡기를 떼자마자 죽을 거 같았다.

 

마지막 훈련이 다가왔다. 심신이 지쳤는데 교관님께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마지막 다이빙은 펀하게 합시다. 힘든 거 다 끝냈으니 한 바퀴 돌면서 바다를 구경하자고! 

마지막 다이빙에서 바다가 보였다. 작은 물고기들의 헤엄을 만났고 바위 밑에 숨어 있던 쥐치를 보았고, 오징어들의 단체 군무를 마주했다. 온도는 따뜻했고 숨소리를 평온했고, 주변에는 가벼운 호흡소리와 물방울 그리고 바다가 반겨주는 깊은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움직이지 않고 조류의 움직임대로 바닷속을 유영했다. 안녕 바다야. 이제야 너를 만났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1cm 차이의 사소함이지만 나에게 위대한 1cm 다이빙이었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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