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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pr 03. 2022

목이 아프다. 많이 아프다.

코로나19 확진 그리고 일주일 격리 후기 


DAY 1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칼칼하고 침을 삼켜 넘길 때마다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아팠다. 평소 일어날 때마다 건조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오늘은 건조함이 더욱 심해서 그런가 싶었다.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고, 일을 하러 떠났다. 


오늘은 미팅 한 건과 저녁 약속이 있다. 오늘따라 목이 평소보다 더 아프다. 따뜻한 물 계속 마셨다. 미팅으로 만난 분과 커피 한 잔 하고 저녁 약속 지인과 북적이는 술집에서 술을 한 잔 마셨다. 여전히 목은 아팠고 아침보다 더 심하게 아파왔다. 그러나 코로나19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기침은 없었고 그저 목만 아팠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따뜻하게 자면 괜찮겠지... 


DAY 2

다음날 일어나니 이제 기침까지 한다. 목에서부터 올라오는 기침이다. 목 아픔은 어제보다 더 심하다. 침을 삼키지 않아도 아프다. 어제까지 설마 했던 우려가 오늘은 혹시? 강력한 의혹으로 바뀌었다. 이야기하고 오늘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했다. 뉴스에서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알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4000명 수준이었는데 일주일 전부터 4~5만 명으로 급증하더니 이번 주에 기어이 1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검사를 받지 않았다. 목 아픔과 기침 정도만 있고, 몸살이나 오한, 열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 감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검사받기가 무섭기도 했다. 정말 양성이면 어떡하지? 결과의 두려움과 설마 아니겠지 하는 일말의 희망 때문에 바로 검사를 받지 않았다. 


그날 저녁, 드디어 몸에서 탈이 나기 시작했다. 저녁부터 온 몸이 춥다고 느껴졌다. 이미 방은 27도로 팔팔 데워져 있었고, 옷은 외출하듯이 패딩까지 입고 있었다. 그래도 온몸이 으슬으슬 춥고 몸살 기운마저 동반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고열이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다. 이미 저녁이라 검사받을 수도 없다. 집에 있던 타이레놀 먹으고 물은 커피 포트에 쉴 새 없이 계속 데웠다. 오늘이 지나고 바로 검사받으러 가자.. 


DAY 3

꼬박 10시간을 땀 뻘뻘 흘리면서 자고 일어나니 어제저녁보다 좀 덜 아팠다. 신속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다행히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다. 아침에 도착해보니 좁은 병원에 사람들로 북적이었다. 신속 검사받으려는 대기줄이 20명이 넘었다. 다행히 공장처럼 검사를 해서 그런가 접수하고 5분 만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코를 깊게 한 번만 쑤시고 나니 검사 끝. 1시간 안에 전화가 오면 양성이고 전화가 안 오면 음성으로 알면 된다고 간호가 말해주었다. 제발 전화가 오지 마라.


집에 돌아간 지 15분 만에 전화가 왔다. 02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평소였으면 스팸이라 생각하고 안 받겠지만 병원 전화라는 강력한 느낌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양성이 나왔다고 PCR 검사 한 번 더 받으라는 전화였다. 신속검사는 정확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시 병원으로 가서 PCR을 추가로 받았다. 이번에는 반대쪽 코로 쑤쎴다. 눈물이 한 방울 찔끔 나왔다. 매번 쑤셔질 때마다 코와 뇌 사이 어딘가를 찌르는 기분이다. 썩 좋지는 않다. 


PCR을 끝내고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타이레놀 하나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허무했다. 백신도 3차까지 맞고 사람들과 교류도 일부러 매우 적게 했는데 걸릴 사람은 걸리게 되는구나. 혹시나 하는 음성 기대를 걸고 있지만 지금 느낌이 백신 맞고 고생했던 그 느낌과 너무 흡사하다. 이게 양성이 아닌 게 더 이상할 노릇이다. 검사를 받은 그날 나는 14시간을 잤다. 여전히 오한 증세가 심했고 패딩까지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을 청했다. 아니 그냥 계속 잠이 왔다. 누가 수면제 넣은 것처럼.


DAY 4

아침에 온 몸에 기운이 빠진 채 울리는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병원에서 온 전화였다. PCR 양성으로 나와서 최종 확진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구나.. 나 확진되었구나.. 전화를 끊고 나니 보건소에서 양성 확인 문자가 왔다. 자택격리를 해야 하니 어디 나가지 말고 곧 보건소에서 연락을 준다는 문자였다. 그날 보건소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고 하루 확진자는 10만 명을 넘겼다. 나는 완벽하게 혼자 집에서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타이레놀과 감기약뿐. 기운이 없었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만난 사람들에게 확진 사과 문자를 보내며 증상이 있다면 바로 검사를 받아보라 전했다. 다른 분들께 너무나 죄송했다. 가족들에게는 따로 알리지 않았다. 


DAY 5 

오한 증세가 한 결 나아졌다. 몸살도 나아졌다. 목 아픔과 기침은 여전했지만, 몸이 확실히 나아진 느낌이다.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이긴 했지만 한 고비는 지나간 것 같다. 2030대는 3명 중 1명꼴로 무증상이라던데 나는 왜 이렇게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는 절대 감기가 아니다. 독감이거나 독감보다 더 강력하다. 보건소에서는 여전히 연락이 없다.


DAY 6 

이제 커피 한 잔에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증세도 확실히 좋아져서 잠을 제대로 못 한 것처럼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 좋은 정도였지 오한 증세는 거의 사라졌다. 다만 목기침은 여전했다. 집에서 5일 넘게 뒹굴거리는 것도 고역이다. 벌써부터 밖이 그리워졌다. 어느새 배달 음식으로 밥을 먹고 있었고 집안은 엉망이 되어서 돌아다니는 곳곳에 옷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배달음식 때문에 현관은 쓰레기와 재활용품들로 수북했다. 오후 늦게 보건소에서 링크가 하나 날아왔다. 자가진단 사이트였다. 개인정보와 현재 증상 상태, 확진이 된 예상 확진 장소 등을 기입했다. 역학조사를 이제 안 한다고 하더니 그냥 수기로 기입하는 걸로 바뀌었나 보다. 


DAY 7 

 아침에 드디어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집주소와 본인 확인을 하고, 자택격리 언제까지 하는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급할 때 연락하라고 코로나 전용 응급실 전화번호가 담긴 안내 문자를 받았다. 타이레놀 하나 먹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하고, 걸리더라도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행히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매우 낮지만... 이렇게 고생할 줄 몰랐다. 목기침은 여전하다. 목은 여전히 아프다. 


DAY 8 ~ 이후 

 격리는 PCR 검사를 받은 날부터 일주일이었다. 정말 1주일이 이렇게 길었던가 싶다. 격리가 해제되자마자 근처 하천으로 산책을 갔다. 새벽의 상쾌한 공기. 격리는 역시 힘들다. 매우 힘들다. 혼자 서럽게 끙끙 앓으며 혼자 1주일을 지내다 보니 무기력증까지 생기더라. 다시 기운 찾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목감기는 1주일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개인적으로 10일 정도 간 것 같다. 코로나 걸리면 폐손상이 온다고 하던데 걱정될 만큼 기침을 했었다. 다행히 10~11일 이후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졌다. 


문제는 또 발생했다. 10일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온몸이 간지러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을 긁어서 벌겋게 되어 있었다. 몸살에 아프다고 잘 안 씻어서 그런가 싶어 바로 바득바득 깨끗하게 씻었지만 여전히 너무 가렵다. 찾아보니 두드러기 반응이 코로나 증상으로 가끔 나온다고 한다. 병원을 가야 하나 싶었는데 집에 있던 가려움 연고제를 발라보았다. 다행히 효과가 있어서 이틀 정도 계속 바르니 괜찮아졌다. 


거진 2주일을 이런저런 증상으로 고생했다. 집에서 나가지 못해 매사 부정적이고 무기력해지고, 몸도 많이 상했다. 지금은 하루 20만 명을 넘어가고 있다. 내 주변에서도 하나 둘 걸렸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그냥 같이 가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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