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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팕 Oct 07. 2022

엄마 밥이 생각나는 밤

외출하고 늦게 귀가했을 때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거나 차리기 애매한 시간이라면 엄마 밥이 생각난다. 정확하게는 김치찌개나 어떤 국 따위가 흐물~ 해질 지경으로 오래 끓여가지고 맛은 진하게 우러났지만 가스레인지 위에 무심하게 올려져 있는 냄비가 그립다. 언제든 데워서 먹을 수 있는 상태. 상하지 말라고 자기 전에 엄마가 한 소끔 끓여놓아서 적절히 뜨뜻한 상태면 더 바랄 나위가 없고.


부엌 불만 살짝 켜고 가스레인지까지 까치발로 걸어가서 딱 한 국자만 먹는 것이다. 밥통 열면 있는 밥 한 수저에. 김치찌개 딱 한 국자만. 그러다가 한 주걱이 한 그릇 되고, 한 국자가 한 사발 되겠지만.


혼자 살면 그 "딱 한 입만", "딱 한 국자만", "한 수저만" 이 어렵고 그립다.


그런 밤에는 말쑥하게 설거지가 다 된 깔끔한 싱크대라도 얄밉고, 덥수룩하게 설거지 거리가 쌓인 싱크대라면 더더욱 애석한 밤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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