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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an 05. 2024

빛나지 않아도 돼

사랑은 '배워가는 것'

어제 카페에 갔다가 옥탑에 있는 달걀모양의 흰색 조형물을 봤다. 어떤 용도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조형물과 그 옆의 돌을 보면서 이런 상상을 했다.


달걀모양의 하양이가 그곳에 옮겨졌을 때 옆에 돌이 있는 줄도 몰랐다. 하양이는 커다란 모습이 금방 눈에 뜨여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관심을 받다 보면 맘 상하는 일도 많고 웃을 일도 많다. 하양이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엉엉 소리 내어 울기도 한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 혼자가 아닌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웃으면 더 경쾌한 소리가 나고, 울면 그 눈물이 어딘가 그대로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옆을 봤고 그제야 돌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돌과 친구가 된 하양이는 뭔가를 요구하지도 못하고, 큰 소리를 내거나 불평하지도 않는 돌이 좀 답답했다. 그런데 이제 하양이는 돌이 얼마나 멋진 친구인지 안다. 그래서 자랑하고 싶다.




우연히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단어를 접했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도, 능력이 없어 스스로의 오류를 알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여러 분야의 능력을 대상으로 실험 결과,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이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곤경을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진정한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다. 훈련을 통해 능력이 생기고 나서야 전에 부족했다는 걸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사실 특별한 내용은 아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 난 이 단어를 접하면서 사랑을 생각했다.

오늘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배워가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느낀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깊이 없는 칭찬과 웃음이 아니라 알아가고 배워가며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상대방의 진가를 알아야 더 깊이 있는 사랑을 할 수 있다.

상대방의 지금 모습이 얼마나 험란한 과정을 뚫고 나온 건지 안다면, 몰랐을 때보다 백배정도는 더 사랑하게 될 거다. 상대방이 보여주는 일의 능력을 알려면 내가 그 정도를 해내면 가장 잘 알 수 있다. 평상시가 아니라 결정적인 어려움의 순간을 해결해 보면.

능력 있는 사람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누가는 상처로 피투성이가 되고 치료받지 못한 상처가 아물험한 모습을 드러내지만, 우리는 모두 존귀한 사람들이다. 서로 그 진가를 알지 못할 뿐이다.


신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위해 더 많이 배우고 알아가며 더 깊이 있는 사랑을 하고 싶다.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그렇게 사랑하면서 이 땅의 삶을 살다 가고 싶다.

돌처럼 빛나는 삶이 아니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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