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크리스마스 #1
11월 중순에 접어든 독일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다.
독일인들이 가장 오랫동안 즐기는 연중 기념일이 바로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싶다.
(아닌 게 아니라 독일이 최대 명절이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라고 한다. 명절 전후로 약 2~3주간의 휴가 또는 방학이 주어지기까지 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은 단연 마트다.
포인세티아 화분, 트리 장식품, 슈톨렌, 글뤼바인에 이르기까지 출입구에서부터 계산대까지 이르는 동선을 따라 크리스마스 관련 아이템들로 가득 채워진다. '크리스마스 에디션' 포장지로 갈아입은 초콜릿과 맥주도 한 가득이다.
이 중 독일에 와서 처음 접하게 된, 가장 특이하고 재밌다고 생각한 것은 '아드벤트칼렌더(Advendskalender)'다. 직역하면 '대림절 달력*'인데 일반 달력과는 다르다. 12월 1일부터 24일까지만 쓸 수 있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내심을 가져야만 의미가 있는 달력이다.
*대림절(待臨節)은 기독교에서 성탄전 4주간 예수의 성탄과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교회력 절기이다. Advent는 '오다'라는 뜻의 라틴어 Adventus에서 유래한다. 교회력은 대림절로 시작하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에게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뜻도 있다.(위키백과)
커다란 박스 형태로 된 아드벤트칼렌더에는 1부터 24까지 숫자가 쓰여 있다. 12월 첫날부터 크리스마스이브날까지 하루에 하나씩, 해당 날짜에 맞는 곳을 개봉해 랜덤으로 들어있는 선물을 확인한다.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성탄절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초콜릿과 젤리 등 간식으로 구성된 아이들용 아드벤트칼렌더가 가장 흔하지만, 레고, 인형, 화장품, 향수, 매니큐어, 커피, 차(Tea), 오일/식초, 향신료, 맥주, 위스키 또는 이들을 결합한 무언가로 구성된 다양한 칼렌더들도 많다. 초콜릿 칼렌더는 5유로대부터 30유로 때까지, 어른들용 달력은 조금 더 비싸 100유로가 훌쩍 넘는 상품들도 볼 수 있다..
아드벤트 캘린더는 19세기 초 독일의 개신교(루터교)에 의해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단순히 그날그날에 맞춰 양초를 태운다거나, 분필로 벽이나 문에 날짜 표시를 해놓는 정도였는데, 1851년 요즘의 아드벤트 칼렌더와 비슷한 형태의 나무 박스가 등장했다. 여기에는 날짜별로 매일 다른 성인(聖人)의 모습이나 성경 구절을 담아놨다고 한다. 오늘날처럼 초콜릿을 담은 아드벤트 칼렌더는 1950년도에 이르러서야 나타났다.
독일인이 즐기고, 독일인에 의해서 처음 탄생한 또 다른 크리스마스 전통은 대림절 화환(Adventskranz)이다.
아드벤트크란츠는 4개의 초를 푸른 나무줄기와 잎으로 둥글게 엮어 만든 화환이다. 4개의 초는 대림절 기간인 4주를 뜻하며, 주위를 둘러싼 초록 이파리들은 주님의 영원한 사랑과 영생에 대한 희망을 뜻한다고 한다. 대림절의 첫 일요일(11월 27일~12월 3일 사이)에 만들어 만들어져 크리스마스 때까지 식탁 위나 창가를 장식한다(물론 마트에서 사 올 수도 있다. 초도 팔고 나뭇잎도 판다)
4개의 초는 매주 일요일마다 한 개씩 밝혀지는데, 초마다 가지고 있는 뜻이 다르다.
첫 번째 켜는 보라색 초는 소망(hope)을 뜻한다. '선지자의 초'라고도 불리는데 예수 탄생의 예언을 뜻한다. 메시아가 오심을 기대하는 의미도 있다. 두 번째 초도 역시 보랏빛이다. 신앙심(faith)을 뜻하며,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으로 가는 여정을 기억한다는 의미 애 서 '베들레헴 초'로 불리기도 한다. 세 번째 초는 분홍색으로 기쁨(joy)을 뜻한다. 성탄절을 바로 앞둔 마지막 일요일에는 평화와 사랑의 의미를 가진 보라색 초를 밝히는데 이는 '천사의 초'라고도 불린다. 이로써 초 4개의 불이 모두 밝혀졌다. 크리스마스를 맞을 준비가 된 것이다.
* 초의 숫자와 의미, 색깔은 지역, 교파, 역사에 다른 경우도 있다. 성탄절 당일 밝힐 초까지 5개를 준비하는 곳도 있고, 보라색과 분홍색뿐만 아니라 파란색, 흰색 초를 밝히는 경우도 있다.
O Tannenbaum, o Tannenbaum,
wie treu sind deine Blätter.
Du grünst nicht nur zur Sommerzeit,
nein auch im Winter, wenn es schneit
O Tannenbaum, o Tannenbaum,
wie treu sind deine Blätter
크리스마스트리를 가장 처음 장식한 사람들이 독일인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우리나라에는 번안곡 '소나무'로 잘 알려진 '오 탄넨바움'은 독일의 민요이자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1550년을 전후로 크리스마스 나무를 꾸미는 전통이 시작되었고, 그때부터 이 민요도 널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마틴 루터가 탄생시킨 크리스마스트리 썰이다.
마틴 루터가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 숲 속을 지나다 나무들 사이로 하늘에 떠 있는 별이 너무 유달리 아름다은 걸 발견한다. 아내와 함께 이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었던 루터는 (아유 로맨틱 하기도 해라) 나무 한그루를 잘라 집에 들여오고, 작은 초들을 나뭇가지에 걸고 선언한다.
'이제부터 이 나무는 아름다운 성탄절 하늘과 같이 여겨질 것이다.'
에덴동산의 선악과나무와 예수의 탄생 의미를 짬뽕시켜 나무를 꾸미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빽빽이 달려있는 금색, 은색의 반짝반짝 장식볼(ball)은 선악과를 상징하고, 나무 맨 꼭대기에 달린 별과 초는 예수가 세상에 나옴으로써 세상을 밝힌다는 '빛'을 의미한다고 한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은 19세기에 독일 이민자에 의해 미국으로 전파된다. 1830년대에 펜실베이니아에 자리 잡은 독일 이민자가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웠다는 공식적인 첫 기록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청교도의 영향으로 크리스마스를 화려하게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고, 경건하게만 지내던 크리스마스는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독일에서 건너온 크리스마스 장식품(ornament)과 함께 지금의 왁자지껄한 미국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지난 주말, 우리 집에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웠다.
독일에 오자마자 50유로 정도 주고 산 인공 나무를 벌써 세 번째 쓰고 있으니 뽕을 뽑고도 남았다.
추운 날씨에 집구석에서만 뒹굴거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오너먼트를 달아놓으라고 시키면 시간이 후딱 간다.
매년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구입한 소소한 장식품들을 더해 트리를 장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두 달 후면 이 트리는 다시 지하실 창고로 들어갈 테지만,
불이 켜져 있는 동안만이라도 마음속에 믿음과 소망, 사랑이 가득하길!
<참고 글>
History of Advent Calendar / Sellmer Verlag
Advent calendar / Wikipedia
1. The history of Advent calendars / doinghistoryinpublic
O Tannenbaum / 나무위키
O Tannenbaum/ Wikipedia
Traditional Advent Calendars / sellmer-verlag.de
The German Christmas Tree / german-way.com
History of Christmas Trees / history.com
THE PURPOSE AND SYMBOLISM OF THE ADVENT WREATH / mercyhom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