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선장수 Oct 18. 2018

철새와 텃새

잡설 02

                                    

철새를 일컬어 유독 정당을 옮겨 다니는 정치인에게 비유하곤 합니다. 철새 정치인! 자기의 정치신념이나 이념적 가치와는 관계없이 정치생명의 이해관계만을 쫒아 당적을 바꾸는 정치인을 두고 하는 말이죠.


하지만, 철새 본연의 삶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철새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환경변화에 맞서서 '원하는' 것을 찾아 모험을 하는 도전적인 새죠. 다른 새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저기로 가 보면 정말 좋은 곳이 있을 거야'라는 희망을 품고 길고 고달픈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생각해 보면 '철새 정치인'이란 단어를 쓰기에 철새에게 미안한 감이 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텃새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철새를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라 평가했다고, 텃새를 루저라 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변화의 두려움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노예 같은 삶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것이 텃새의 전부일까요?


텃새가 살아가는 모습에서도 우리는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날씨가 변하고, 계절이 바뀌고, 먹이가 늘었다 줄었다 해도 텃새는 그러한 환경변화에 막강한 적응력을 발휘합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부하시켜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고 후일을 도모하지요. 이러한 텃새의 특성을 강조해 본다면 오히려 철새가 변덕스럽게도 보입니다.


철새와 텃새의 비유만 보더라도 다들 자기 삶의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쪽 측면만 바라보면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나타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장점과 단점의 경계가 모호해 지기 마련이죠




                                  

제가 사는 곳에서는 겨울철에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바닷가로 가면 갈매기떼가 새우깡을 먹으려 달려드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이 갈매기들이 왜 유독 겨울철에 많이 모여들까?'라는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보니, 갈매기는 그 종류가 다양한데, 주로 우리나라 겨울바다에서 발견되는 갈매기는 대부분 겨울철새 갈매기라고 하더군요. 이 철새 갈매기는 겨울에 한국에 왔다가 봄이 되면 북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지요


이 녀석들은 도전정신이 투철한 탐험가이기도 하지만, 환경변화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부적격자로 치부될 수도 있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지도를 그리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