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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P, 쓴소리 못하는 팀장이 되다

by 세이버

나무위키에서 INFP를 검색하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감정적이고 예민한 성격, 타인에게 쓴소리를 잘 못하는 온화한 성품, 느긋한 성향,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을 싫어하는 태도, 로망을 매우 좋아하는 성격…"


팀이나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에게 꼭 필요한 덕목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그런데 나는 INFP로서 팀장(관리자)이 되었다.


인턴으로 입사해 어느새 11년. 조직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적게는 5명, 많게는 30명 이상이 함께했던 조직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휘청이면서도 부러지지는 않고 버텼다. 대견하다. (나를 지키는 방법으로 스스로를 아껴줘야 한다. 그러니 자화자찬 정도는 해도 괜찮겠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 구조, 업무 분담, 대외 전략 등이 수시로 바뀐다.


"중소기업은 체계가 없다."
이런 비판에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체계를 유지할 수 없는 환경'인 경우도 많다.

중소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함’이라고 포장해 본다.


주변에서는 걱정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렇게 일하면 전문성이 쌓이지 않아. 커리어 개발이 어려워질 거야."
"이직할 때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어."


하지만 나에게 일이란, 단순한 커리어 스텝이 아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조직의 비전에 공감해 이곳을 선택했고,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물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끊임없이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고인물’이 되어 있었다. 다양한 일을 맡았고, 결국 팀장(관리자)이 되었다.


그런데… 팀장이 되는 순간, 새로운 문제가 쏟아졌다.

회의와 피드백을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정작 내 업무를 할 시간이 없다.

잠깐의 회피가 결국 눈덩이가 되어 돌아온다.

실무자의 보고와 팀장의 보고는 달라야 한다.

‘숫자’와 친해져야 하고, 결국 ‘숫자’만 남는다.

실무자들은 팀장을 보고 배운다.

(나도 모르는데) 내가 아는 줄 안다.

내가 팀원에 대해 하는 말이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실감한다.

상사 입장이 되어보니, 상사 마음이 조금은 이해된다.

착한 상사가 반드시 좋은 상사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착한 상사에 가깝다.)


문제는 명확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당장 눈앞에 떨어지는 업무들을 처리하기 바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평생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일하게 될 것 같다."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조직 전체에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조직 문화를 만들어보자.’


이 이야기는, 나처럼

조직에서 위아래로 치이며

일은 많고

잘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중소기업 관리자들에게 전하는 기록이다.


내 시행착오를 공유하며, 함께 고민하고 싶다.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여정을 같이해주면 좋겠다. 내가 겪은 경험이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고, 더 나은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조직 문화 생성기,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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