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나처럼 조직에서 위아래로 치이며, 일은 많고, 잘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중소기업 관리자들에게 전하는 기록이다.
내 시행착오를 공유하며, 함께 고민하고 싶다.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여정을 같이해주면 좋겠다. 내가 겪은 경험이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고, 더 나은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조직문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지. 나 스스로 먼저 학습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학습은 끝이 없는 여정이다. '충분히 준비되면 시작하겠다'는 말은, 시작하지 않겠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결국, 학습과 실천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조직 문제를 진단하고, 조직문화가 정착된 이상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미래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는 '백캐스팅(Backcasting)' 방법을 적용했다.
산적한 조직 문제는 많았지만,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우리 조직은 나이브(naive)하다."
근태, 회의, 업무 전반에서 '나이브함'이 보였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업무 기한을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긴다.
본인 업무의 성과를 정의하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한 시도나 고민이 없다.
평가하지 않고, 나아지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이 문제는 관리자인 내 책임이 크다. 신입부터 3~5년 차까지, 이렇게 일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건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관리자 책임이 100%라는 뜻은 아니다)
이 문제들이 '문화'로 고착되기 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조직문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문제가 명확해지니, 해결을 위한 방향성도 선명해졌다. 내가 세운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필요한 조직문화를 설계한다. (대표가 평소에 강조했던 사항들을 정리하고 반영했다)
2) 핵심 인물을 선정한다. (조직 변화를 함께할 인물과, 변화와 성장이 필요한 인물들을 선택했다)
3) 조직문화 TF팀을 꾸린다.
(제목에서는 '문제아'라고 표현했지만, 핵심 인물들이다. 흥미로운 제목을 짓고 싶었다!)
4) 조직 문제를 직접 진단하게 한다. (문제를 구성원들이 직접 인식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도)
5) 도출된 방향성을 '메시지화'한다. (누구나 공감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핵심 메시지로 정리)
6) 전 구성원에게 공표하고 설득한다. (조직문화가 왜 필요한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공유)
7) 사무실 곳곳에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노출한다. (눈에 자주 띄어야 문화가 인식된다)
8) 조직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추적하고 점검한다.
TF팀을 꾸리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전, '조직문화 TF팀' 메시지방을 개설해 개략적인 내용을 공유했다. 회의에서는 왜 조직문화가 필요한지, 왜 당신들이 TF팀으로 선정됐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1) 현재 우리 조직의 문화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세 가지 목적이 있었다.
현재 구성원들이 인식하고 있는 조직문화는 무엇인지 파악
내가 생각하는 문제와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문제의 차이 확인
구성원 스스로 조직 문제를 인식하게 만들기
직접 이야기해 보니, 구성원들도 문제를 알고 있었다. 다만, 그동안 문제를 이야기할 자리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동기도 없었던 것이다.
이 과정은 나에 대한 평가의 자리이기도 했다.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적표를 받아보는 기분이었다. 부끄러웠다
.
2) 우리 조직문화,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
구성원들이 바라는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이드'가 중요했다. 자칫하면 '복지' 이야기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복지에 대한 요구가 많이 나왔다. '복지 제도 개선은 별도로 의견을 취합하자'고 정리했다.
3) 조직문화가 정착되면, 우리 조직은 어떻게 변할까?
이 질문은 미래를 함께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설정된 방향성이 있었지만, 구성원들의 공감과 동의가 필요했다. 이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방향성을 정리하고, 나아가게 하고 싶었다.
TF팀을 꾸리고, 매주 회의하기로 결정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고유 업무로 바쁠지라도 '조직문화'를 계속 생각하도록 촉진하는 일이다. 회의 외에도 메시지를 주고받고, 가벼운 의견이라도 나누며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을 유지하려 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조직문화를 진짜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