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구군 생활인구 소비기, 지역이 '팬'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 상황에서 지역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하고자 새로운 인구개념인 '생활인구'가 도입됐다.
생활인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며, 주민등록인구 등록외국인(등록인구)과 함께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을 말한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22.6.10 제정)」 관련 규정 포함)
지난해 11월,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보통교부세 산정 기준에 생활인구를 반영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2025년 보통교부세 개선방안을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영해 그해 12월 11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생활인구가 인구감소지역 정책 수립에 활용되는 만큼 이를 교부세 배분 기준으로 삼아 인구감소지역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생활인구 증대를 목적으로 한 달 살기와 같은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 사이버 주민증, 고향사랑기부제 등 다양한 인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인구 1인은 얼마나 소비할까?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민관 데이터 가명결합 기반으로 발표한 '24년 2/4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살펴보면, 인구감소지역의 체류인구 1인당 평균 카드 사용액은 '24.6월 중 11만 5000원이며, 남성이 여성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평균 사용액이 큰 경향이 있었다.
체류인구의 카드 사용 합계액은 전체 카드 사용액의 43.2%를 차지해 지역 경제에 적잖이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그럴까?
필자가 재직 중인 사회적기업은 강원도 양구군에 지사를 두고 있어 한 달에 최소 한 번, 많게는 두 번 현장을 방문한다. 즉, 양구군 생활인구에 해된다.
생활인구로서 굳이 위 통계를 몸소 증명하고자, 지난 1박 2일 양구 출장 시 소비 내역 추적했다. 체류하는 동안 주유비 5만 원, 식비 3만7000원(3식), 음료 9800원(2회), 숙박비 4만 원으로 총 13만6800원을 지출했다.
반면, 당일 출장의 경우 식비 8000원, 음료 4000원 총 1만 2000원이었다. 해당 출장에서는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주유를 했다. 같은 생활인구지만 체류 시간이 길수록 소비 금액이 증가하며, 지역 경제 기여도가 커지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생활인구 증대 정책도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체류하게 만들지, 어떻게 지역에 보탬이 되는 소비를 유도할지'에 초점을 맞춰 설계해야 한다.
관계 형성에 집중하는 양구군 생활인구 정책
양구군은 타 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양구에서 살아보는 체험 프로그램인 '양구안에서'를 진행하고 있다. 1박 2일부터 7박 8일까지 원하는 기간 체류하면서 주요 관광지와 시설을 탐방하고, 체험 활동에 참여하여 체류비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한 서울 소재 4개 대학과 함께 '양구사랑아카데미'를 추진했다. 청년층 생활인구 유입을 목표로 양구군이 서울 4개 대학(서울여대, 광운대, 삼육대, 서울과학기술대)과 협력해 추진했다. 각 대학에서 양구군의 지역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정규학기 공유 교과를 개설해 운영됐다.
양구군은 한 번 방문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양구사랑 사이버 군민제도'를 함께 운영했다. 사이버 군민증을 발급하면, 주요 관광지 입장료 할인 혜택, 축제 및 관광 정보 알림 서비스 등의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생활인구'라 쓰고, '팬(Fan)'이라 읽는다.
인구감소지역에 있어 생활인구 증대는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너무 '생활인구'라는 단어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구감소지역은 '팬(Fan)'을 만들어야 한다. 팬이 모여 팬덤이 형성되고, 그 팬덤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다. 지역의 팬이 되면, 자발적으로 지역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소비하고, 주변 사람에게 추천한다.
실제로 필자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양구군에 100% 세액공제 구간인 10만 원을 기부하고, 답례품으로 양구사랑상품권 3만 원을 받았다. 양구군에 약 24만 원을 지출한 셈이다.
한 지역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으로서 '생활인구'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그 지역을 '애정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싶다. 지역을 우연히, 출장 또는 여행으로 찾은 사람이 어떻게 지역을 애정하게 할지 골몰하다 보면, 생활인구는 자연스레 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양구군이 추진하는 다양한 정책들은 지방소멸 대응의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