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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민정 Aug 08. 2018

6.4. 우리 아이, 스피킹 잘하게 해주세요

대화를 통해 언어로 표현하기

아이가 무엇보다도 스피킹(speaking)을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고 특별히 부탁하시는 학부모님들이 있습니다. 학습한 내용이 단순히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죠. 하지만 영어를 어릴 때부터 오래 공부한 아이들도 유창하게 말하기는 힘들어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와 말하기을 잘하게 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왜 이해한 내용을 말하기 힘들까요?


1. 뇌에서 언어이해의 영역과 말하기의 영역이 다르다: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지금까지 실어증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언어를 담당하는 언어 뇌(language brain)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프랑스의 신경해부학자인 브로카(Paul Pierre Broca)가 밝혀낸 브로카 영역은 좌반구 전두엽에 존재하여 언어 표현을 담당합니다. 독일의 신경과 의사 베르니케(Carl Wenicke)가 발견한 베르니케 영역은, 좌반구 측두엽에 위치해 듣기 읽기 쓰기 과정에서 사고를 처리하여 언어를 이해하는 기능을 합니다. 따라서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경우, 내용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된 경우, 사고처리를 거치지 않고 지리멸렬하게 말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언어를 말할 때와 이해할 때 활성화하는 뇌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언어를 이해했다고 해서 바로 표현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이 두 영역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모국어 및 외국어의 모든 언어정보는 일차적으로 베르니케 영역에 저장되기 때문에, 언어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지 않고 말하기만 많이 한다고 해서 언어구사의 질이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2. 학습자의 개인차: 성별, 성격, 저항감, 자아존중감, 불안감, 동기, 지능 등의 요인

 영어를 꾸준히 학습하는데 말하기 영역이 부족한 경우, 학습자에 따라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말하기를 저해하는 요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적절한 활동으로 보완해줘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의 성별에 따라 언어발달의 속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여아가 말을 시작하는 시기가 남아보다 더 빠르고 남아보다 말을 많이 하고 더 많은 어휘를 습득하며, 말을 더디게 시작하는 어린이의 대부분은 남아인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여아가 언어를 빨리 습득한다는 것이 언어 성숙이 이루어졌을 때 남아보다 언어능력이 우월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내향적인 성향의 학생들은 외향적인 성향의 학생들보다 표현하는 활동보다는 사고할 수 있는 활동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학습한 내용을 언어로 말했을 때 틀리더라도 비판받지 않는 편안한 환경인지, 혹은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인지 등 정서적인 요인이 말하기 활동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 외 학습자가 외국어 학습을 좋아하는지, 다음 과제로 넘어갈 수 있는 인지적, 발달적 단계에 있는지 등의 요인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말하기를 싫어한다면, 위와 같은 요인들을 점검해본 후 아이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완화시켜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는 활발하게 말하는 아이가, 집에서 부모님이 앞에서 배운 내용을 읽어보거나 말해보라고 하면 말을 잘 안 한다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거나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배운 내용을 말하는 것을 꺼립니다. 영어학습에서 유창성(fluency)과 정확성(accuracy)을 모두 길러야 하는데, 정확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아이들이 틀릴까 봐 말하기 자체를 꺼리게 됩니다. 이런 경우, 혼자서 편안한 마음으로 충분히 공부하도록 하고, 학습목표에 해당하는 부분만 습득했는지 확인하고 수정해줍니다. 또한 말하기 활동을 할 때도 아동이 좋아하는 활동들, 예를 들어 그리기나 몸으로 표현하기 등으로 주제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도록 유도하면 내향적인 성향의 아이들도 두려움 없이 언어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말하기를 촉진하는 방법


1. 말하기에 필요한 어휘와 개념학습

앞서 밝힌 것처럼, 표현을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과 언어 사고 처리와 이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동기의 폭발적인 언어 습득에 이어 7세 이후 초등학교 시기에는 개념과 어휘가 더욱 발전하게 됩니다. 개념을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사전(lexicon)에서 어휘의 표상(presentation: 마음속에 어휘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정보)과 형태를 음소(소리)로 인출해야 합니다. 따라서 말하기에 앞서 언어 표현의 기초가 되는 개념학습이 선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2. 아동이 주도하는 대화(Child-directed speech)

대화를 할 때 아동이 대화를 주도하게 하여 말하기와 개념학습을 촉진합니다. 학습자와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교수자가 되는데, 이때 학습자의 언어 수준에 맞게 학습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어휘와 문장 구조를 천천히 속도를 조정하여 표현해줍니다. 영어 수업에서는 이를 "수정된 입력(modified input)" 혹은 "선생님의 말(teacher's talk)"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교수자가 대화에서 제공하는 수정된 언어를 통해 학습자는 언어 표현을 습득합니다. 


3. 상호작용(interaction)을 통해 말하기 능력을 향상하기

 말하기 능력 향상에 상호작용(interaction)은 필수적입니다. 나아가 메릴 스웨인(Merrill Swain)은 대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것(comprehensible output)이 언어발달을 촉진한다는 이론을 펼쳤습니다. 외국어 학습에서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언어로 표현하면서 언어 발달이 가속화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대화를 계속해서 주고받는 것은 브로카 영역을 활성화시켜 말하기 능력을 키웁니다. 따라서 대화를 할 때 아동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어른이 미리 말해주거나 표현을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아동이 대화를 최대한 주도하여 표현하도록 하고 그 사고 과정과 표현을 어른이 적절하게 짚어주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면 되겠습니다. 


< 참고문헌 >

사카이 구니요시 저, 이현숙 고도홍 역. 2002. 언어의 뇌과학. 한국문화사 p.5 p. 261~262

이숙재, 이봉선 지음. 영유아 언어교육 2009. 창지사 p.54

H. Douglas Brown. Principles of Language Learning and Teaching. Longman. p. 142~168

Patsy M. Lightbown, Nina Spada. How Languages are Learned. Oxford. p. 32~33p.43~44

하코다 유지 외 공저. 강윤봉 역. 2014. 인지심리학(Cognitive Psychology: Brain, Modeling and Evidence). 한국뇌기반연구소

BROCA’S AREA , WERNICKE’S AREA, AND OTHER LANGUAGE-PROCESSING AREAS IN THE BRAIN, The Brain from Top to Bottom http://thebrain.mcgill.ca/flash/d/d_10/d_10_cr/d_10_cr_lan/d_10_cr_lan.html

Jenny Anderson, The free and easy way to help kids develop language skills, according to MIT research. 2018 04 08. https://qz.com/1245734/the-free-and-easy-way-to-help-kids-develop-language-skills-according-to-mit-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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